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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알고 돌아온 딸아, 모두 함께 손잡고 온전히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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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9 17:31:35 수정 : 2017-05-19 17: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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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층서 수습한 유골 치아 감정서 단원고 허다윤양 확인 "목포신항에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 다윤이, 엄마 냄새 알고 돌아오겠지.' 매일 배를 보며 그 생각을 했어요."

지난 16일 세월호 3층에서 수습된 유골의 치아와 치열을 감정한 결과 단원고 허다윤양으로 확인됐다.

19일 오후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로부터 이 소식을 접한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

박씨는 "복잡한 심경이다. 치아는 확인됐는데 아직 다른 부위는 확인이 안 돼 온전히 찾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9명을 다 찾아야 하는데, 모두 함께 손잡고 돌아와야 하는 건데…."라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목포신항 통제구역 내에 있다가 남편 허흥환씨가 있는 외부로 나온 박씨는 남편을 만나자 그저 착잡한 얼굴로 말없이 포옹했다.

짧은 포옹 후 박씨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고 허씨는 바깥에서 계속 울려오는 친인척들의 전화를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상황을 설명했다.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지키며 딸을 기다려온 다윤양 부모는 기다림과 남겨짐의 고통을 반복하며 지난 3년을 보냈다.

2014년 4월 16일 '전원 구조' 뉴스를 보고 물에 젖어 떨고 있을 막내딸 다윤이가 걱정돼 옷 한 벌 달랑 챙겨 진도에 내려왔던 박씨는 다윤양 옷이나 다윤양이 좋아하던 색깔 옷을 자주 입고 딸을 기다렸다. 
딸의 생존을 바라던 기다림은 영혼으로라도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바뀌었고 2014년 8월 세월호 수중 수색 과정에서 다윤양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서 휴대전화, 명찰, 신발까지 나왔으나 기다리던 다윤양은 나오지 못했다.

아버지 허씨는 "참사 당일 버스를 타고 진도로 내려오며 다윤이에게 수십번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안 됐다. 가방 안에 휴대전화를 넣어둬서 그런 거였다"며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다윤이의 유치원 시절 짐을 정리하다가 '비행기, 배가 충돌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그림책 속 질문에 '죽어'라고 적어 놓은 다윤이의 비뚤비뚤한 글씨를 보고 오열하기도 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 3월 31일에서야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왔고 지난달 4월 18일부터는 선체 수색도 시작됐다.

다윤양 부모는 수색작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6시 30분, 또는 7시 30분께 세월호 선체로 올라가 딸을 마중가는 심정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으로 고통받아온 데다가 몸이 원체 약해 큰 소리로 말 하는 일도 거의 없던 박씨는 3년 사이 훨씬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지쳐가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박씨는 "가족들에게 약속했다. 누구 하나 홀로 남겨지게 하지 말고 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함께 집에 돌아가자고"라며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된 기적이 일어났듯 9명 모두 찾는 기적이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고 작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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