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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세계사 바라보는 새 시각… 평화 연구의 지평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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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00:56:28 수정 : 2017-05-23 01: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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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전쟁, 정치적 비이성의 역사적 논리 / 에케하르트 크리펜도르프 지음
정치경제적 시각에서 석사학위 논문 ‘닉슨 독트린과 닉슨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1969~1974)’을 쓴 나는 전통 정치경제학을 배우고자 독일로 향했다. 박사논문의 주제로 당시 서방 경제협력체인 EC(구주공동체)와 동방 경제협력체인 COMECON(상호경제원조회의) 간의 상호관계로 정하였다. 경제협력을 도출하여 정치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회복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자 하였다.

마침내 서베를린의 자유대학교 에케하르트 크리펜도르프 교수가 나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분은 나의 주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최근에 쓴 것인데 나에게는 성경과 같은 것일세, 한번 읽어 보게나” 하며 주신 책이 ‘Staat und Krieg:Die historische Logik politischer Unvernunft’(1985)이다. ‘국가와 전쟁, 정치적 비이성의 역사적 논리’로 번역될 수 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원장
눈이 확 뜨였다. 세계사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국가와 국가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군(軍)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배하는 자의 비이성은 어떻게 생성되며 국가는 왜 전쟁을 일으켜야만 하는가, 지배당하는 자는 왜 우둔함에 빠진 일상을 살아가는가,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인류는 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누가 그것을 추동하고 있는가 등을 시공간, 체제와 이념을 넘나들며 분석한 것이다. 그 바탕에는 평화에의 염원이 놓여 있었다. 나의 문제의식이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섭렵되고 논증되어 있었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유학 온 지 2년 반이 의미가 없었다. 방황과 고통 끝에 간신히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지금까지의 평화 연구는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간, 즉 인간의 사회적 환경에 집중되었어, 진정한 평화는 여기에 더하여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평화도 포괄해야 해, 인간과 국가 간에 이룩하고자 하는 평화는 자연환경이 물적, 질적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어, 평화 연구를 인간 삶의 전 환경, 즉 사회적 환경과 자연적 환경 전 차원에서 한번 탐구해보자, 평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그것을 통해 평화 실현에 좀 더 실질적으로 다가가자는 결론을 얻었다.

3년 후 박사논문 ‘환경군국주의. 사회적 군국주의와 생태적 군국주의’를 탈고했다. 국가와 전쟁은 세계사에 대한 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평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다. ‘세계관’(Weltanschauung)이 아니라 ‘환경세계관’(Umweltanschauung)이 평화를 운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내 주장의 기초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내 삶의 탄탄한 초석이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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