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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자연과 인간의 공존… 삶의 길을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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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3 22:11:22 수정 : 2017-05-23 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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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가로수’ 1977년 어느 여름날 통도사를 찾은 장욱진 화백은 선승 경봉(鏡峰)을 만난다. 그에게 스님이 “입산을 했다면 진짜 도꾼(도를 닦는 사람)이 됐을 텐데”라며 아쉬워하자,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같은 길”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스님은 “쾌(快)하다”라며 그에게 ‘비공(非空)’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었다.

불교집안에서 태어난 장 화백은 10대 때 전염병을 앓은 후 요양차 수덕사에 반년간 머문 적도 있다. 그곳에서 고승 만공선사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을 보게 된다. 나혜석은 그가 그린 그림에 대해 자신보다 낫다며 극찬했다. 만공선사는 그를 출가시키려 무던히 애를 썼지만 끝내 “네가 하는 일과 불도에서 하는 일이 같다”며 단념을 하게 된다.

장 화백이 늘 “나는 심플하다”며 단순하고 순수한 삶을 추구했던 모습에서 불교적 세계관이 엿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생태학자 최재천은 그에게 ‘생태화가’라는 새로운 수식어까지 덧붙이고 있다. 그가 그리는 집과 가족과 나무와 새가 서로 따로 존재하지 않고 늘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자연 생태의 핵심인 공존(共存)을 그린 것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늘 저만치 두고 대상으로서 그린 서양의 풍경화와 달리 장욱진의 그림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정경교융(情景交融)의 미학이 있다는 얘기다.


(30×40㎝, 8월27일까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탄생100주년 특별전’)
장 화백은 가장 큰 죄는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위선은 그에게 심플하지 못한 것이다. 생전에 그는 “욕은 욕대로 맛이 있는 거예요. 욕은 참 좋은 겁니다. 그러니깐 욕은 자꾸 먹어야 그림이 되는 거고, 근데 요새 말은 위선으로다 뱅 돌려서 이상해, 환쟁이가 그런 말에 솔깃하기 시작하면 붓대 놓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제대로 목적 있는 말을 일절 못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보리밭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작품 ‘자화상’을 보자.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대자연의 완전 고독 속에서 나를 발견했을 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늘엔 오색구름이 찬연하고 좌우로는 풍성한 황금물결이 일고 있다.

“자연 속에 나 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장욱진 그림 산문집 ‘강가의 아틀리에’ 중에서)

삶의 길, 작가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말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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