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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北 정세 보는 일만 한평생… 통일 앞당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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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6 20:55:21 수정 : 2017-05-26 22: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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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퇴직 후 연구소 세운 북한通…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1994년 7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일이다. 김 주석 시신이 담긴 관을 실은 운구 차량이 김일성 광장을 도는 영결식 장면을 지켜보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북한정보분석국 요원들 사이에 여러 분석과 전망이 이어졌다. 관이 김 주석 집무실인 금수산의사당(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금수산의사당 성격이 집무실에서 시신 보관소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전망은 결국 현실이 됐다. 
국가정보원 북한분석관·대북정책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가 18일 북한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당시 북한분석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곽길섭(57) 원코리아센터 대표가 소개한 업무 일화 가운데 하나다. 지난 18일 서울 시내 청계천 인근 공원에서 만난 그는 “퇴임하고 나니 처음 해보는 게 많네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라며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보라색 넥타이를 매만지며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직장에 다닐 때는 하고 다니지 않던 색깔인데 우리집 애들이 얼마 전에 선물해 준 것”이라고 했다. 5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내내 화두는 북한과 통일이었다.

곽 대표는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 북한정보분석국(이하 분석국)에서 근무한 북한통이다. 북한정보분석관과 대북정책관을 지낸 그는 입사한 첫해 자신의 수첩에 ‘21세기 남북문제 전문가’라고 썼다. 10년 정도 북한을 들여다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분석국은 북한의 공식매체 보도 내용과 다양한 형태의 첩보 등 북한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집결하는 곳이다. 곽 대표는 분석관의 업무에 대해 “사금을 채취해 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공작파트에서 수집한 첩보와 대공수사 자료, 북한과 국내 매체 보도 내용 등 다른 국·과에서 수집한 각종 재료가 우리한테 모이고 우리는 그 재료로 요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석국에 대해 “세계 북한정보분석의 메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국정원 재직 기간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막후 접촉을 하거나 원장의 정보보좌관을 지내는 등 외도를 잠시 한 뒤 다시 분석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공작이나 다른 외근 부서로 나가면 예산도 쓸 수 있고 멋지게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천직은 역시 북한분석관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퇴임 이후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북한체제연구실장을 지내는 동안 학자들과 토론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는 “무명(無名)의 세계에 있다가 양지(陽地)로 나와 내 이름이 찍힌 명함을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며 “퇴임 이후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원코리아센터(www.onekoreacenter.com)를 설립한 것도 처음 해보는 새로운 일이다. 먼저 퇴임한 북한분석관이 걸어온 길과는 다른 행로다.

그는 “평생 북한만 쳐다보며 북한 문제와 늘 함께한 삶”이라며 “북한을 바라보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간절한 소원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원코리아센터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은 1인연구소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북한 정세 및 현안 분석에 대한 글과 북한의 인권실태 자료를 게재하고 탈북민 대학생 장학금 지원 사업부터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곽 대표는 “작은 화분 가꾸듯 가꿔나가고 싶다”며 “평생 가꿔나갈 생각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퇴임 이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외부 활동에 나선 그의 행보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곽 대표는 “내가 쓰는 글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고 제 목소리와 제 향기를 내보고 싶다”며 “나는 어렵게 새로운 길을 가고 있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후배들은 조금 더 쉽게 새로운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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