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팍팍한 물푸레나무 새순에도
장다리 꽃봉오리에도
푸른 숨결 실타래처럼 풀어주고
개울 짚고 되비쳐 오르는 봄 햇살 얹혀
유쾌하게 옹알대는 물소리
그때는
지상의 모든 길들이 산책길 같았지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처럼
가마득한 벼랑 사납게 타고 내리고
소용돌이치는 살여울 진저리치며 헤쳐 나와
이랑마다 멍든 푸른 물들
서로 몸 섞어 등 토닥이며
부르튼 맨발 겹겹이 포개
잠드는 집
호수는 물들의 선연한 멍 자국이다
더운 피로 상처 씻고 도움닫기 하는
강물의 지느러미 싱싱하다.
물의 지혜, 노자의 도덕경에 의하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줄 뿐 자신의 고명을 위해 일체 다투지 않고, 남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해 있으므로 도(道)에 가까운 존재다. 그러므로 물은 허물이 없다“고 설명한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아 둥근 그릇에 넣으면 둥글고 모진 데 넣으면 모가 진다. 뜨겁게 끓어 증발해도 물이고 얼어도 물이다. 다시 말해서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를 잃지 않는다.
김영남 시인 |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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