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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열차까지 배달 ‘美 피자맨’ 감동
직업에 대한 자부심 한국에도 확산되길
미국 델라웨어주 북부의 작은 도시 윌밍턴 인근의 한 철로.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정차한 열차 속 승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차창 밖으로 붉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중년의 남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왼손에는 빨간색 배달 가방이 들려 있었다. 철로 옆 개울을 넘어 기차에 오른 그는 피자 두 판을 주문한 손님을 찾아 전달했다. 감동한 손님은 피자값과 더불어 두둑한 팁을 챙겨주었다.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던 기차가 갑자기 멈춰선 것은 일요일 해질 무렵이었다. 기다리다 지치고 허기진 한 승객이 스마트폰을 검색해 주변 마을의 피자집을 찾아냈다. 기차까지 피자 배달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피자 배달 경력 18년차 짐 리어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장소를 묻고 배달 가방을 챙기고 차를 몰았다. 근접할 수 있는 가까운 주소로 달렸다. 주택의 마당을 가로질렀다. 길이 없어 울타리도 넘었다. 둔덕을 넘고 진흙 가득한 개울도 건넜다. 그리고 기차에 올라 외쳤다. “피자 시키신 분!”

뜻밖의 ‘피자 선물’에 주문자는 감동했다. 동영상과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와 언론 기사에는 리어리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18년 동안 18개주 32개 도시에서 피자 배달을 해온 베테랑이었다. 피자를 받을 때 찡그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자신이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직업과 하는 일에 갖는 자부심에 대한 이야기는 해외에서 흔하다. 일본 구마모토현에는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라면가게가 있다. 대를 이어 조리법을 개발하고 개선하면서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천연재료만 이용해 육수를 끓인다. 생면과 신선한 야채가 더해지면서 손님의 건강을 챙긴다. 가장 흔한 서민음식이지만 최고의 라면을 제공하겠다는 투철한 직업정신을 담고 있다. 더불어 양심적인 장인정신으로 4대째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에까지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겼다.

핸드백, 시계, 구두, 의류, 악기 등 유럽의 주요 명품의 등장에도 모두 철저한 직업 및 장인 정신이 담겨 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 혹은 대를 이어 한 우물을 판 것이다. 작은 가게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십년에서 수백년 그 노력이 쌓여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됐다. 여기에 20세기와 21세기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됐다. 물건은 고가에 팔리고 개발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역사적 아픔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동안 많은 전통기술과 직업이 단절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가업을 이어받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힘든 일을 꺼리는 젊은이가 더 많은 것 같다. 소위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직업 회피현상이다. 공장은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반면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입사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쟁이 펼쳐진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이 우리의 근로정신에 영향이 없기를 희망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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