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희궁갤러리] 무의식적 반복이 만들어낸 풍경

관련이슈 경희궁 갤러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5-31 00:31:49 수정 : 2017-05-31 00:31: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지아 오키프 ‘회색선과 검정, 파랑, 노랑’
(740×1188㎝, 조지아오키프미술관)
조지아 오키프(1887~1986)는 20세기 미국 최고 여성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2014년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품 ‘독말풀’이 495억원에 낙찰되면서 여성 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생전엔 근대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의 모델이자 동거인으로 많은 이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오키프는 꽃, 짐승의 뼈, 조개껍데기, 작업실 근처의 풍경을 수없이 반복해 그리면서 나름의 도상을 만들어 갔다, 자신이 머문 장소, 대상의 모습에서 일부를 택해 속속들이 파고들었다.

“사람들은 꽃을 제대로 보지 않아요. 꽃은 너무 작고, 우리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내가 느끼는 꽃을 크게 그려서 사람들이 놀라서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하고 싶었어요.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작품 ‘회색선과 검정, 파랑, 노랑’(1923)은 이 같은 작업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키프는 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어 시적인 작업을 했다. 그에게 꽃은 자연이라는 산문에서 시적인 진수만을 뽑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색칠도 섬세하게, 붓 자국이 거의 남지 않게 했다. 봉긋하게 솟은 회색 언덕과 초승달 모양의 하늘 풍경 등이 겹쳐진 어린 꽃잎이나 여성의 성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업방식은 관계없는 대상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그리거나 배열하는 것이다. 바다 풍경이 꽃그림처럼 보이거나 조개 그림이 산맥을 연상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주변 환경과의 혼연일체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물아일체의 경지라 하겠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