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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이목지신(移木之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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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31 22:33:25 수정 : 2017-06-01 1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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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은 어떻게 구현될까. 법치에 바탕한 질서다. 약육강식이 아닌 자유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 공동체는 법으로 유지되고, 덕성이 있어 인간 존엄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시대, 맹자는 인의를 최고 가치로 여겼다. 반면 통일제국의 초석을 다졌다는 진(秦) 효공 때 재상 상앙(商?)은 법을 최고 기준으로 삼았다. 둘 다 중요한 치세의 덕목이다. 상앙이 법치에 대한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용한 ‘이목지신(移木之信)’ 고사는 오늘에도 가르침을 준다. 그는 세 길 정도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이상히 여겨 그 누구도 옮기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나무를 옮겼고 상앙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백성들은 그 뒤로는 상앙이 공표한 법을 믿게 됐다. 백성의 신뢰에 기반해 100여년 뒤 진시황제의 천하통일이 가능케 한 인프라를 깐 셈이다.

문재인정부의 초기 고위공직자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역대 정부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는데 이번에도 적잖은 인사들이 예외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맹자’는 ‘정의롭게 벼슬을 해야 덕 있는 관리가 된다(義爵德吏)’며 “조정에선 벼슬자리가 제일이고 위계질서 엄격해도 정의는 못 이긴다(朝廷上下莫如爵 序列位階不勝義)”고 강조했다. 사실 지도층은 무릇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선 안 된다. 지도자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일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 공익이다. ‘묵자’에 이르길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법도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天下從事者 不可以無法儀) 법도가 없으면서도 그의 일을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無法儀而其事能成者 無有也)”고 했다. 국사를 돌보겠다는 지도층 인사들의 준법정신이 아쉽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移木之信 :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내용으로 법치의 중요성을 뜻함.

移 옮길 이, 木 나무 목, 之 갈 지, 信 믿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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