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공개된 토우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발목 위까지 긴 장옷을 걸쳤는데 다른 토우들과는 달리 매우 특징적이다. 10㎝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인물상이기 때문에 상세한 표현은 생략되었지만, 당시 신라나 중국 고대의 정통 복식과는 다른 이국적인 복식으로 볼 수 있다.
당대 소그드인의 가장 큰 역할은 각국과의 문물 교역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상인으로서 동서 문화 교류에 큰 활약을 했었다. 따라서 소그드인 토우가 월성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은 신라 사람과 이란계 사람의 만남을 보여주는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작은 흙 인형 하나가 신라문화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아닐까.
신라 하대 문장가인 최치원의 ‘향약잡영’(鄕藥雜詠) 오수(五首) 중에는 속독(束毒)이라는 가면 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쑥대머리 파란 얼굴 저것 좀 보소/짝 더불고 뜰에 와서 원앙 춤 추네/장구소리 두둥둥둥 바람 살랑랑/사븐사븐 요리 뛰고 저리 뛰노나.” 속독은 귀면형(鬼面形) 가면을 쓰고,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추는 군무(群舞)로 추정하는데, 관련 연구자들 중에는 이 속독을 소그드인의 춤 중 하나로 이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1500년 전, 신라의 왕경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문화교류를 기반으로 한 동서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졌는지도 모르겠다.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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