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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토우가 보여주는 신라의 국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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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31 22:33:20 수정 : 2017-06-02 10: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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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주 월성의 발굴조사에 대한 언론공개회에서 소그드인(중앙아시아 이란계)으로 추정되는 토우(사진)가 공개돼 주목받았다. 토우는 신라시대의 무덤 대다수에서 출토된다. 이는 토속적인 민간신앙이나 주술신앙을 바탕으로 한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거나, 죽은 뒤에도 삶은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한다. 더 나아가서는 신라인의 소망이나 염원도 토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토우에 표현된 춤이나 악기, 의복 등은 당시 신라의 사회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토우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발목 위까지 긴 장옷을 걸쳤는데 다른 토우들과는 달리 매우 특징적이다. 10㎝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인물상이기 때문에 상세한 표현은 생략되었지만, 당시 신라나 중국 고대의 정통 복식과는 다른 이국적인 복식으로 볼 수 있다.

당대 소그드인의 가장 큰 역할은 각국과의 문물 교역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상인으로서 동서 문화 교류에 큰 활약을 했었다. 따라서 소그드인 토우가 월성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은 신라 사람과 이란계 사람의 만남을 보여주는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작은 흙 인형 하나가 신라문화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아닐까.

신라 하대 문장가인 최치원의 ‘향약잡영’(鄕藥雜詠) 오수(五首) 중에는 속독(束毒)이라는 가면 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쑥대머리 파란 얼굴 저것 좀 보소/짝 더불고 뜰에 와서 원앙 춤 추네/장구소리 두둥둥둥 바람 살랑랑/사븐사븐 요리 뛰고 저리 뛰노나.” 속독은 귀면형(鬼面形) 가면을 쓰고,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추는 군무(群舞)로 추정하는데, 관련 연구자들 중에는 이 속독을 소그드인의 춤 중 하나로 이해하기도 한다.

어쩌면 1500년 전, 신라의 왕경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문화교류를 기반으로 한 동서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졌는지도 모르겠다.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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