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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다뉴브강] 독일·체코·헝가리 다른 듯 닮은 '3색 문화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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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4 10:00:00 수정 : 2017-06-01 14: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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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서 독일로… 국경도시 '파사우'
장크트 슈테판 대성당은 화려한 내부 장식과 1994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 오르간으로 유명하다.
크루즈 식당은 매일 아침마다 북새통이다. 안내를 받고 앉은 테이블에서는 창밖으로 흐르는 다뉴브강의 물결이 보인다. 배는 강을 거슬러 나아가고 있다. 선상에서의 일과가 익숙해진 승객들은 서로 친숙하게 인사를 나누며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평안한 분위기 속에 ‘띠링 띠링’ 휴대전화가 바쁘게 울린다. 그동안의 여행경험으로, 국경선 근처를 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밍된 휴대전화는 새로운 통신사를 선택하기 위해 분주하게 울린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방황하다 드디어 독일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지역에 다다랐다. 외교부의 안내문자와 더불어 통신사 요금 안내 문자가 수신된다. 크루즈가 이제 오스트리아 다뉴브강을 벗어나 독일 도나우강으로 접어든 것이다. 같은 강이지만 이름은 다르다.

크루즈가 향하고 있는 파사우(Passau)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동남부에 위치해 있다. 도나우강과 인강, 일츠강 등 세 강이 합류하는 물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파사우는 독일어로 드라이플뤼세슈타트로도 불리는 데, 세 개의(Drei) 강(fluss)이 만나는 도시(stsdt)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양수리에 강 하나가 더 합쳐져 세물머리, 삼수리 정도인 셈이다. 파사우에서 합쳐진 강은 약 20㎞에 걸쳐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형성한 후 오스트리아 영내로 흘러간다.

곧이어 ‘덜커덩’ 하며 실내의 대화소리를 넘어 큰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배를 정박하는 소리다. 오늘 일정이 시작될 파사우에 도착한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 배는 정박 준비를 마쳤고, 라운지에서는 유럽연합에 관한 간략한 강의가 시작된다. 여러 나라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강을 따라 크루즈가 운행되지만, 특별한 절차 없이 다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유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창밖으로 흐르는 강을 거슬러 움직이는 크루즈가 오스트리아 다뉴브강를 벗어나 독일의 도나우강으로 접어들고 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있는 도시 파사우는 도나우강과 인강, 일츠강 합류지점인 3대 강의 도시로 드라이플뤼세슈타트로도 알려져 있다.
파사우 북쪽에 위치한 베스테 오버하우스는 옛 주교 겸임 제후의 관저로 현재는 문화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의를 들은 후 오전 10시부터 승객들과 함께 파사우 여행이 시작되었다. 몇 걸음 걸으니 발걸음 따라 보조를 맞추듯 흐르는 강이 보인다. 길은 그림 같은 고딕 양식의 도시 성벽을 따라 인강 연안에 이어져 있다. 눈앞에 빨간 고깔모자를 쓴 듯한 인상적인 탑이 보인다. ‘샤이블링슈투름 탑’이다. 파사우 도시 성벽의 흔적으로 강변을 방어하기 위해 1481년 축조된 탑이다. 인강변 높은 언덕 위에는 1627∼1630년에 건축된 초기 바로크 양식의 수도원 단지가 보인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모습의 쌍둥이 탑이 눈에 들어온다. ‘마리아 힐프(Mariahilf) 성지순례 교회’이다. 신성로마제국 시절 ‘성모마리아여 도와주소서’라는 의미의 ‘마리아 힐프’는 오스트리아군의 구호였다고 한다. 당시 터키 군대의 침공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군주 레오폴트 1세는 이곳 파사우로 피신했었고 수도원에서 매일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기도의 도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스트리아가 터키의 침공을 막아내고 레오폴트 1세는 다시 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후부터 수도원의 이름은 마리아 힐프가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카톨릭의 대표적인 순례지가 되었다.

강변을 따라 골목길에 이르니 높은 탑이 보인다. 14∼15세기에 건축된 구시청사이다. 시민 계급 주택 여덟 채를 이어 붙여서 만들어진 건물로 네오고딕 양식의 높은 탑이 특징이다. 구시청사를 돌아서니 눈에 띄는 지붕이 보인다. 앞으로 튀어나온 발코니와 장식기둥으로 꾸며진 난간이 특이한 주교 관저이다. 평안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멋스러운 도보 구역을 따라 골목길을 걸으니 곧 광장에 이르렀다. 광장에는 17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건립된 성 슈테판 대성당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특히 1928년 설치된 오르간은 1994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구시가지에는 수도원, 요새, 주교 관사 등 중세의 오래된 건물이 많다. 1662년과 1680년의 화재로 도시의 많은 지역이 소실되었지만 복구와 재건축으로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새롭게 꾸며져 화려함을 되살려 냈다.

그림 같은 고딕 양식의 도시 성벽을 따라 인강 연안을 따라 걸으면 빨간 고깔모자를 쓴 듯한 탑을 만난다. 파사우 도시 성벽의 흔적으로 강변을 방어하기 위해 1481년 축조된 ‘샤이블링스투름 탑’이다
인강변 높은 언덕 위에 1627∼1630년에 건축된 초기 바로크 양식의 수도원 단지가 보인다. 그 가운데 아름다운 모습의 쌍둥이 탑이 눈길을 끄는데, ‘마리아 힐프 성지순례 교회’다.
인강변을 따라 골목길에 이르니 시민 계급 주택 여덟 채를 이어 붙여서 만들어진 구시청사가 보인다.
파사우는 역사 깊은 도시로 고대 로마 시절부터 도나우강의 요충지였다. 8세기 설치된 교구는 한때 신성로마제국에서 가장 큰 교구였다. 1217년 파사우 주교령이 형성돼 19세기 초까지 통치했다. 1552년 파사우 조약은 종교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회의를 이끌어낸 의미 있는 조약이었다. 1803년 주교 통치가 종료되어 바이에른 왕국과 잘츠부르크에 나누어 귀속되었다가, 1805년 완전히 바이에른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는 바이에른주 동남부의 산업, 행정, 문화 중심지로, 도나우강 연안 항구로서 큰 역할을 하며 독일 도나우강 최하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파사우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구시가지에서 멋진 상점이 늘어서 있는 ‘노이에 미테(새로운 중심)’까지 걷다 보면 역사를 간직한 현대적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은 전통적인 분위기로 예스러움이 넘치고 그 안에는 현대의 흥미로운 종합 예술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휠 거리는 개성과 특색 있는 아틀리에를 거쳐 작업장, 갤러리, 부티크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평안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멋스러운 도보 구역을 따라 골목길을 걸으니 광장에 이르렀다.
파사우 구시가지는 1662년과 1680년 화재로 많은 건물이 소실됐다. 이후 화재 복구와 재건축으로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새롭게 꾸며져 화려함은 그대로이다.
장크트 슈테판 대성당은 17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건립됐으며 1928년 설치된 오르간은 1994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더구나 국경 도시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오스트리아 민속 의상 상점과 체코 보헤미안 유리가게, 헝가리식 레스토랑 등 여러 문화가 작은 골목길마다 어우러져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매력적이다. 흐르는 시간이 멈춘 듯,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시내 구경에 여념이 없는 사이 성 슈테판 대성당 오르간 콘서트를 감상할 시간이 다가왔다. 성당은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꾸며진 바로크 양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웅장한 실내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곧 이어 장엄한 오르간 연주가 시작된다. 시간을 읊는 듯한,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오르간 소리가 성당을 가득 메운다. 콘서트가 끝나고 다시 들어선 파사우의 거리에도 오르간 소리가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파사우의 매력과 오르간 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려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파사우에서 구입한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낸 크루즈 승객들이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다.
승선 시간 때문에 서둘러 돌아온 크루즈는 다시 강을 거슬러 나아간다. 미끄러지듯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배 위에서 강변으로 늘어선 손에 잡힐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가 저물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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