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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가족이 아프면 가족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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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2 21:01:45 수정 : 2017-06-02 21: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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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대선운동 때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정어머니가 문 서방 참 좋아했다”면서 “지금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가족들도 잘 못 알아보시는데 신문에 문 서방 사진 나면 ‘아이고 문 서방이네’ 이런 말씀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런 가족사의 아픔 탓이었는지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치매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가 치매 책임제’ 시행을 약속했다. 어제는 서울 세곡동의 서울요양원을 찾아가 치매 환자와 가족, 종사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치매 의료비의 90% 건강보험 보장, 치매 안심병원 설립 등의 공약 이행을 거듭 약속했다.

예전에 ‘노망’이라고 불렸던 치매에 걸리면 ‘본인은 천국, 가족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도 환자지만 가족의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치매 환자는 72만4000여명. 치매 관리비용은 환자 1인당 2000만원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3조2000억원이고 2030년 34조3000억원, 2050년 106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매의 검진과 치료, 요양까지 나라가 돌봐준다면 환자와 가족에겐 더할 수 없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 공약 중에는 ‘15세 이하 아동 입원 진료비 국가책임제 도입’도 있다. 어린이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 비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병원비를 지출하는 아동은 전국 1만5220명, 연간 1억원 이상 지출 아동은 881명에 달한다. 아픈 아이와 부모의 고통은 이루말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소요재원은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연평균 35조6000억원에 이른다. 공약집 제목처럼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것도 좋지만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마련하겠느냐는 걱정이 많다. 치매환자 가족과 어린이 환자 부모들의 심정은 절박하다. 도로, 철도를 새로 만들기 위해 땅속을 뚫는 것보다 아픈 가족 때문에 무너지는 가족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복지라는 벽돌이 쌓여갈수록 나라도 튼튼해진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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