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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컨택트’ 주연 맡은 배수빈·김주원 / 운명적 만남·소통 담은 세번째 에피소드 / ‘노란드레스 여인’역에 발레리나 김주원 /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느낌” / TV·영화 대신 소극장 작품 서는 배수빈 / “무대만의 에너지·교감 관객들도 느끼길” 뉴욕의 독신남 와일리는 여러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성공한 광고인이지만 그에겐 속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 없다. 이날도 그는 커튼 끈으로 목을 매려다 실패한다. 외로움과 우울증에 떠밀려 재즈바로 발을 옮긴다. 그곳에 이상형의 여인이 있었다. 와일리는 노란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여인에게 용기 내 손을 내민다.

댄스시어터 ‘컨택트’에 출연하는 발레리나 김주원과 배우 배수빈이 최근 서울 종로구 연습실에서 동작을 익히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댄스시어터 ‘컨택트’의 세 번째 에피소드다. ‘컨택트’는 춤과 움직임으로 이뤄진 뮤지컬이다. 대사와 노래가 거의 없다. 199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발표됐을 당시 ‘노래가 없는데 뮤지컬로 분류되느냐’는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현재 ‘몸으로 노래하는 뮤지컬’로 인정받고 있다. 2010년 국내에 소개된 이 작품이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한다. 배우 배수빈(42)이 와일리, 발레리나 김주원(40)이 노란드레스의 여인을 연기한다. 두 사람을 서울 종로구 연습실에서 최근 만났다. 이들은 ‘컨택트’의 핵심으로 소통을 꼽았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무용에 도전하는 배수빈은 “춤이 소통의 또 다른 방법이란 걸 연습하면서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춤추며 누군가와 접촉하는 게 처음엔 되게 어색했어요.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연습하다 보니 ‘아, 춤은 호흡을 맞추며 함께 추는 거구나’ 싶었어요. 신세계였죠. 무용과 동작 속에 드라마가 다 녹아 있는 게 대단해요.”

“춤이 ‘몸의 소통’이란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춤으로 두 사람이 하나 되는 순간, 와일리가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표현해요. 두 사람이 춤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게 관객에게도 전해질 거예요.”(김주원)

1999년 초연 된 뮤지컬 컨택트.
김주원은 2010년 초연에서 같은 역할을 연기했다. 그해 더뮤지컬어워즈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그는 “7년 전에도 관객과 직접적으로 춤추고 호흡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아날로그적이면서도 빈틈없이 완벽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충격이었다”며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이 천재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주원은 이 작품에서 스윙, 자이브, 탭댄스 등 다양한 춤을 소화한다. 그는 특히 신비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넘어서 입체적 연기를 보여주고자 고심 중이다. 

‘컨택트’는 김주원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올해 3월 그는 퇴행성 척추 디스크 악화로 입원했다. 의사는 더 이상 춤추는 건 무리라며, 다른 부위까지 악화될 거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겨내기로 했다. 목 디스크, 족저근막염, 종아리 파열 등 그가 지금껏 겪은 부상은 끝이 없었다. 자신의 의지로 춤을 관두면 몰라도 부상에 떠밀리고 싶지는 않았다. 2주간의 입원 후 돌아온 그는 “척추와 디스크를 세워줄 벽을 만들려고 엄청나게 운동하고 있다”며 “아직 저리고 불편한 감이 있지만 춤출 땐 못 느낀다”고 했다.

“이번에 제 몸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동안은 아끼지 않고 던졌던 것 같은데, 지금 제 몸을 재발견하면서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어요. 올해가 제 데뷔 20주년인데,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10년은 더 거뜬히 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수빈(왼쪽)과 김주원.
그는 ‘아티스트 김주원’으로 살고 싶어 5년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은퇴했다. 그는 “발레단에서는 모든 걸 지원받으며 춤추니 공주처럼 편했던 것 같다”며 “큰 울타리에서 보호받다가 나오니 모든 걸 혼자 만들고 더 치열하게 나를 몰아붙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담이 늘었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고 신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배수빈은 “주원씨 말을 들으니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그 역시 인기도 얻고 보상도 큰 TV드라마와 영화 대신 소극장 연극 무대에 밥 먹듯 서고 있다. 그는 “이게 좁은 길이지만 맞는 길이라 확신한다”며 “무대가 주는 에너지와 교감이 있기에 앞으로도 무대에 계속 설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는 무대가 주는 매력과 경외감 때문이다.

“무대는 저를 살아 있게 하고 숨 쉬게 해요. 무대 위에서는 거짓말을 못해요. 다 벌거벗고 올라가는 느낌이 항상 들어요. 각성하기 좋은 장소죠. 한발짝 떼는 것조차 왜 이리 어려운지.”(배수빈)

“수빈 오빠의 진심이 담긴 눈빛과 연기를 보면 왜 누군가 보기에는 힘든 길을 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대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죠. 난 별거 아니다 싶어져요.”(김주원)

이들에게 ‘컨택트’는 무대와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이자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전하는 작품이다. 관객과 공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컨택트’를 본 관객이 이런 교감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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