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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같다’처럼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은 심각한 언어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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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4 23:59:39 수정 : 2017-06-04 23: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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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문법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이 거침없이 쓰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같다’이다. ‘-다’ ‘-이다’로 써야 함에도 지금도 많은 사람이 ‘같다’로 잘못 쓰고 있다.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자신의 생각대로 ‘맛있다’ ‘맛없다’라고 하면 될 것을 ‘맛있는 것 같다’ ‘맛없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쓴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맛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속뜻은 무얼까.

자기가 직접 음식을 맛보고 난 뒤의 느낌이나 판단이라면 ‘맛있다’라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추측이나 불확실성을 전제로 애매한 내용을 전할 때 쓰는 표현으로, 직설적인 표현은 뒤로 감춘 채 ‘그럴 수도 있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다’라는 모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이고 단정적인 생각을 상대방에게 밝히기를 꺼리는 이유는 정확한 표현을 유보함으로써 은연중에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같다’의 속내는 적당하게 둘러대 자기의 책임을 희석시키거나 회색지대에서 교묘히 자신을 은폐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부인분’ ‘아내분’ ‘남편분’ ‘친구분’ ‘팬분’ ‘스타분’ ‘탤런트분’ 등 이처럼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명사 ‘분’을 아무 단어에나 뒤에 붙여서 이상한 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무척 귀에 거슬린다. 이 말은 어법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국적불명의 말이다. 그 사람을 높여주려면 ‘분’ 대신 그 대상에 대한 높임을 나타내는 격조사인 ‘께서’를 단어 뒤에 붙여주면 된다.

‘같다’ ‘분’처럼 우리가 쓰는 말 중 문법적으로 전혀 맞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심각한 언어 공해이자 파괴행위임을 알았으면 한다.

최무영·서울 강서구 화곡 1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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