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

입력 : 2017-06-07 14:30:42 수정 : 2017-06-07 14:47: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대미술관 동물원 전  
노충현, 연극이 끝난 후, 2015, 캔버스에 유채, 194x260cm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나톨 프랑스는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고 설파했다.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매우 공감 되는 말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나름의 영혼을 가진 생명체라는 통찰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것이 공존과 평화,행복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7일부터 8월13일까지 열리는 ‘동물원’전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다. 참여작가는 강민규, 김기대, 김상진, 노충현, 박승원, 박찬용, 손현욱, 엇모스트(정치호, 권소진, 박민주, 박영철), 윤정미, 이동헌, 이선환, 이소영, 이해민선, 최민건 등이다.

박찬용, 우상, 2013, 합성수지 위에 양가죽, 280x98x140cm.
낭만주의 시절 동물이 캔버스 속 그림의 대상으로 대거 들어온 이후 현대미술에서 동물은 캔버스를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데미안 허스트는 죽은 동물을 반으로 갈라 전시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야니스 쿠넬리스는 살아있는 말을 미술관 안에 전시하면서 생명을 오브제로 대상화한 것에 대해 윤리적 문제를 야기했다. 작가들은 동물을 통해 인간의 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동물을 인간에 대입하여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한다. 사실 동물원은 제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했다. 일제의 창경원이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어느날 자신의 벌거벗을 몸을 바라보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물을 인간이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에서 인간을 응시할 수도 있는 주체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데카르트가 육체와 영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면서 동물에는 영혼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인간과는 다른 기계적 모형 안에서 동물을 다루었던 인식에 대한 종지부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동물에 대한 인간중심적 태도를 비판하는 작품들과 동물의 응시를 통해 환기된 인식의 변화를 다루는 작품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창조해 낸 동물과 새로운 종에 관한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최민건, Genome project - Lost time 12-301, 2012, 캔버스에 유채, 91x65cm.
윤정미, 초록색 바닥의 박제들, 2001, C-print, 100x100cm .
이소영, 너의 영역, 2014,2015, 42분 17초, HD비디오.
이동헌, Plastic Bag Elephant, 2012, 레진에 우레탄도색, 70×35×50cm.
이선환, 데드라인, 2014, 혼합재료, 가변크기.
손현욱, Connection, 2015, 혼합재료, 155x350x60cm.
편완식 기자
사진=서울대미술관 제공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