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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다뉴브강] 산업 최강국서 만난 2000년 유구한 로마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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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1 10:00:00 수정 : 2017-06-08 2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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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세 도시 '레겐스부르크와 켈하임'
켈하임 해방의 전당은 마을 언덕 위 미셸산에 위치한 신고전주의 기념물로 1813∼1815년 나폴레옹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1세가 조성했다.
루즈에서 맞이하는 도나우강의 아침은 변함없이 평화롭다. 오스트리아의 다뉴브강을 지나 독일의 도나우강에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배를 축복해 준다. 도나우강은 유럽에서 볼가강 다음으로 긴 강이지만 러시아를 가로지르는 볼가강과 달리 10개국과 국경을 접하는 도나우강에는 서로 같은 듯 다른 역사와 문화가 강 굽이굽이 마다 아로새겨져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한 크루즈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의 도나우강을 항해 중이다. 강이 상류로 나아가면서 강변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정겹게 다가온다. 지난 밤, 독일의 국경도시 파사우를 떠난 크루즈는 밤새 도나우강을 거슬러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에는 고대와 중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레겐스부르크에 도착했다. 

도나우강이 고대와 중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 레겐스부르크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맥주로 유명한 레겐스부르크에서는 맥주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레겐스부르크의 구시가지를 따라 걷다 보면 골리앗과 다윗의 벽화가 그려진 골리앗하우스를 만난다.
레겐스부르크는 도시의 기원이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다. 로마 시대 중요한 전방 기지로 건설됐다가 중세 때는 독일에서 가장 번성한 상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나우강변의 고상하고도 아름다운 도시이다. 크루즈에서는 가이드와 함께 2시간 정도 걸리는 도보 여행을 제공한다. 고풍스러운 돌이 깔린 길 위를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옛 이야기를 가득 담은 거리와 마주할 수 있다. 가이드를 따라 20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중세 도시의 유서 깊은 건물과 광장을 따라 세계문화유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레겐스부르크는 최근에서야 구시가지에 대한 가치를 되찾았다고 한다. 1960년대만 해도 역사적 유물을 철거해 신도시를 건설하려 했으나 1970년대 이후부터 구시가지를 발굴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유물을 복원해 보존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 덕에 지금은 2000년 이상 된 도시 역사를 눈앞에 멋진 광경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만 1500채가 넘고 그 중 984채가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도나우강을 가로지르는 석조 교량과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 성 요한 교회, 대성당 보물 박물관, 성채 스타일의 귀족 저택, 유서 깊은 약국 등이 레겐스부르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 문화재에 속한다. 물론, 그 밖의 멋진 장소, 건축물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와!”하는 탄성을 절로 지르게 한다. 

레겐스부르크는 도시의 기원이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레겐스부르크의 하이드 광장 전경.
레겐스부르크는 고풍스러운 돌이 깔려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옛 이야기를 가득 담은 거리와 마주할 수 있다.
이 지역은 한때 켈트족의 정착지였으며, 이후 로마군의 야영지였다. 성 베드로 대성당 주위를 둘러보면 옛 로마군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구시가지의 역사적 건물을 배경으로 레겐스부르크의 문화생활이 다채롭게 펼쳐진다고 한다.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고대와 중세, 현대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축제가 벌어진다. 때를 맞춰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수백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 간 듯 한 건물들 가운데서 역사의 향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역사유적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일행과 헤어져 구시가지 곳곳을 걸어 본다. 좁은 골목 곳곳에 수많은 식당과 바, 카페들이 고풍스런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하고 있다. 운치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현대식 커피 향에 기대어 바라보는 고대의 건축물은 묘한 감흥을 준다. 이리 저리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역사적 건물과 현대식 쇼핑 공간을 연결한 크고 작은 수많은 상점이 눈에 띈다. 옛 건물들이 현대 생활에 적합하게 변신한 것이 놀랍다. 다양한 상품이 진열된 골목길 도보 여행은 결국 쇼핑을 위한 발걸음이 됐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운터레 바흐 골목에서 결국 기념품 몇 가지를 손에 들고 되돌아왔다.

일행과 함께 선상으로 되돌아오니 점심시간이다. 산책하듯 중세도시를 걸으며 얻은 허기를 독일식 점심이 즐겁게 채워준다. 오후 일정은 유명 자동차 회사인 BMW 공장과 벨텐부르그 수도원(Weltenburg Abbey) 방문을 선택할 수 있다. 수도원 방문과 함께 맥주로 유명한 양조장에서 한잔하며 햇살을 즐기고 싶었지만 공장 견학은 흔하지 않은 기회라 BMW공장견학을 선택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는 BMW의 고향이다. 바이에른의 주도인 뮌헨에서 BMW가 시작됐으며, 현재도 본사와 박물관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공장, BMW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모두 모여 있다. BMW 공장 중 하나인 레겐스부르크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장 중 하나다. 개별 고객을 위한 자동차 제조, 생산 라인, 조립 및 도색을 하면서 동시에 8개의 서로 다른 차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방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중세 도시 레겐스부르크의 유서 깊은 건물과 광장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는 BMW의 고향이다. 레겐스부르크 BMW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생산시설 중 하나다.
버스로 공장으로 들어서니 로비에서 현장 가이드를 만나 방문증을 받고 본격적인 견학이 시작됐다. 사진 촬영을 못 해 아쉬웠지만 방문은 흥미롭다. 현장은 공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대적인 시설이어서 깔끔하다. 작업자가 모두 여유있어 보인다. 수많은 시설이 기계화돼 놀랍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공장이라면 으레 사용될 것 같은 작업모가 없는 것이 신기했다. 최신 설비의 엔진 라인, 전송 라인, 조립 라인까지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넘쳐 있는 듯했다. 생전 보지 못한 다양한 색상으로 자동차를 도색할 수 있다 하니 익숙하게 보아왔던 BMW의 차량 색상이 아니라 낯설기까지 했다. 공장을 나서면서, 역사와 문화뿐만이 아니라 산업시설조차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발상에 놀라운 마음과 부러움 마음이 교차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켈하임(Kelheim)의 해방의 전당으로 향했다. 해방의 전당은 켈하임 마을 언덕 위 미셸 산에 위치한 신고전주의 기념물이다. 1813∼1815년 나폴레옹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바이에른의 왕 루트비히 1세가 조성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켈하임과 도나우강 전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켈하임 해방의 전당에서 내려다본 켈하임과 도나우강 전경.
독일여행에서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해지는 도나우강 위에서 마시는 알싸한 맥주 한 잔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된다.
승객들이 관광을 하는 동안, 크루즈는 도나우강을 따라 레겐스부르크에서 켈하임으로 이동해 있다. 그 덕에 관광을 마치고 켈하임에서 곧바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라운지에서는 이 지역의 유명한 맥주가 제공되고 있었다. 독일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맥주다. 흥겨운 맥주 파티가 이어진다. 오랜 역사적 유물과 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 산업이 공존하는 독일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더욱이 해지는 도나우강 위에서 마시는 알싸한 맥주 한 잔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되는 곳이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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