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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선결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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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7 21:15:45 수정 : 2017-06-07 2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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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통제 시스템·인권보호 문제 개선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인권 문제 해결 없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천명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경찰은 27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 서울 성동구 지하철 옥수역으로 급히 출동했다. 이들은 역에 있던 A씨를 보자마자 보이스피싱범으로 몰아 검거하면서 얼굴과 눈을 마구 때렸다. 날벼락을 맞은 A씨는 달아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됐다. 경찰은 뒤늦게 아니다 싶어 A씨를 서둘러 풀어줬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졸지에 용의자로 몰려 폭행을 당한 A씨는 억울함을 쏟아냈다. 사건 발생 이후 여론의 눈치만 보던 경찰은 뒤늦게 논란이 일자 고개를 숙였다.


문준식 사회부장
사건 발생 16년 만인 지난해 진범이 잡힌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 사건을 보면 현재 경찰의 인권보호 수준을 한눈에 짐작케 한다. 강압수사에 못 이겨 범인으로 몰린 시민은 무려 10년이나 무고한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선량한 시민을 짓밟아 놓고선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이게 경찰인가 싶다.

새 정부 들어 경찰이 고무된 모습이다. 경찰의 60년 숙원을 풀 절호의 기회가 다가온 듯해서다. 경찰은 청와대가 ‘인권경찰’ 구현 방침을 주문하자 인권보호 과제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경찰조직이 이에 몰두한 탓인지 미성년자 성매매 등 경찰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범인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경찰이 되레 각종 범행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제 잇속만 챙긴 채 자신의 치부를 그냥둘 생각이었다면 큰 오산이다. 경찰에 수사권을 떼어주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의 부당한 인권침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고문과 구타를 동반한 수사가 일상적이었다. 민주인사 탄압은 물론 수사조작 등도 서슴지 않았다.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정권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문민을 내세운 김영삼정부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용산 참사와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사건은 지금도 경찰 발목을 잡는 대표 사례다. 솔직히 이런 경찰에 검찰 지휘를 받지 않는 수사권을 넘겨줘도 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사실 인권 문제와 연관된 경찰 업무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직결되는 수사뿐 아니라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비,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이 사건 초동조치를 맡는 생활안전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인권침해 심화 등이 우려가 되는 이유다. 여기에 14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영장청구권까지 갖는다면 ‘아니면 말고 식’ 수사가 판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를 수없이 봐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다. 어느 때보다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은 누구를 위한 수사권 조정인지 곱씹어 봐야 한다. 수사권 조정에 앞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우선 검찰의 힘을 나눠 주면 경찰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경찰이 이를 표적수사에 악용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과거 저지른 인권침해 등 과오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권 남용을 막을 내부통제 시스템과 인권보호 문제 개선도 절실하다. 수사권 조정의 주목적은 과도한 검찰 권한을 분산해 국민의 인권을 더 확실히 보호하는 데 있다. 하지만 준비돼 있지 않은 경찰에 수사권을 쥐여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문준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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