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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대통령의 첫 방미, 경계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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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7 21:23:00 수정 : 2017-06-07 21: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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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두 얼굴 외교
겉으로는 칭찬했던 미국
이젠 불평하고 테스트까지
정교하게 대책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위 심재권 위원장은 “하극상”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직후 야간 조사가 시작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반입에 대한 보고누락 소란이다. 비리가 드러나 별들이 구속되는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줄 알았다. 일주일 만에 국방부 정책실장의 업무 배제로 마무리됐다. 요란하게 일을 벌였다가 엉성하게 봉합됐다. 지지세력 분노 촉발용이었다면 효과를 거두었다. 외교정책 면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미국 정가는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지난달 31일 청와대 방문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배치 및 운용 비용) 9억2300만달러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나의 조치(사드 보고누락 조사)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저자세를 감지했을 것이다. 한 이슈를 두고 국내용과 국외용으로 다르게 활용한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은 눈치 챌 만한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방한 때 만찬 초청을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처음에는 ‘초청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으로 몰고 갔다. 국내 언론도 부화뇌동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바뀌자 ‘초청 거부’ 보도가 나왔다. 탄핵으로 코너에 몰린 정부를 우습게 만들었다. 미국 국무부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철수한 지 반년이 다 돼 가는데도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한국에 대해 유난히 불평을 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과 전기자동차산업에 대해 극찬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노무현정부 초기에 주미대사를 지낸 한승주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참모진 중에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워싱턴에서는 이들을 한국의 탈레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이 노무현정부를 내내 경계한 이유는 노 대통령이 동두천 여중생 탱크압사 사건을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았고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선거용 발언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가는 주변을 동화시키기 마련이다. 야치 소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2005년 5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 의원들에게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일본은 한국과의 정보 공유 및 협력에 망설여진다”라고 했다. 당시 워싱턴 싱크탱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말들이 돌아다녔다.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언론플레이에 활용되거나 상대편에 흘러간다는 불평이었다. 한 백악관 인사는 한국 대통령의 국내정치용 발언과 미국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고 했다. 대통령의 신뢰성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줄기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작은 실마리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 외교무대에서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통해 그 정치인의 전체 모습을 그려낸다. 특히 관료들은 발언 및 사건 발생 시점까지 기억해가며 정교하게 논리를 만들어간다. 그 논리 위에서 정책이 결정된다. 국내용과 국외용 발언 사이에 간극이 확인되면 그들은 말을 과장한다. “역대 어느 때보다 한·미관계가 좋다”고. 그러면서 정보는 주지 않고 필요한 것만 챙겨간다.

사드를 둘러싼 소란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작은 장대했으나 끝은 보잘 것 없었다. 애초부터 소란을 경계했어야 했다. 외교안보라인이 상처 난 상태에서 추진되는 대통령의 방미가 걱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면몰수하고 쏟아낼 발언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다. 끌려다니는 대미 외교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첫발을 잘 내디뎌야 한다. 얼굴 붉히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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