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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생선회에 화이트 와인 마셨는데 왜 비릴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6-08 06:00:00 수정 : 2017-06-08 02: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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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 동전의 앞뒷면 같죠.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궁합이 맞지 않으면 와인도 음식도 모두 제대로된 맛을 즐길수가 없기 때문이죠. 심하면 서로의 맛을 더 떨어뜨리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화이트 와인과 생선회를 예로 들어볼께요. 보통 화이트 와인은 생선회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고 알고 있지요. 하지만 무턱대고 화이트 와인을 골랐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답니다. 바로 오크통 숙성때문입니다. 오크향과 생선회 등 해산물이 만나면 비린내를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즐거운 식사자리를 망칠수 있지요. 따라서 생선회와 화이트 와인을 즐길때는 오크를 아주 적게 사용하거나 오크를 아예 쓰지 않은 화이트 와인을 골라야 합니다. 고급 화이트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하는 것이 좋아요. 오히려 저렴한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는데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 그리 품종처럼 신선함을 강조한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이 생선회와 찰떡궁합이랍니다. 또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오크숙성한 샤도네이 품종은 다소 묵직한 느낌이라 너무 강하지 않은 소스를 곁들인 삶은 돼지고기 등과 좋은 매칭을 보입니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현장
이처럼 중요한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가 최근 제주에서 열려 눈길을 모았습니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은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인데 국내외 유명 셰프 13명이 제주의 청정 해산물, 육류, 채소를 이용한 다채로운 요리를 와인과 접목했답니다. 메종글래드호텔 제주 야외정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에는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스페인 까바 프레시넷, 칠레 콘차 이 토의 트리오, 호주 브라운 브라더스, 씨에스알이 수입하는 뉴질랜드 소호, 포르투갈 파시스 불독 등 10종의 와인이 선보였습니다.

요리는 에드워드권 셰프가 한우 등심 스테이크를, 문동일 셰프는 제주의 특산물 흑우를 푹 고아서 육수를 낸 ‘몸삐국’을 내놓았고 이탈리아 마리아 송치니 셰프는 제주 광어로 ‘오렌지소스에 절인 광어’를, 류태환 셰프는 제주산 고등어와 성게알과 영귤과즙을 활용한 ‘영귤에 절인 제주 고등어’를 내놓았습니다.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와 초밥
스파클링 세계 1위 브랜드인 스페인 까바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Freixenet Cordón Negro)는 저온발효를 통해 과실향을 잘 살렸고 풍부한 버블과 부드러운 피니시가 돋보입니다. 잔잔히 피어나는 레몬향과 함께 풋사과, 배, 복숭아, 파인애플, 멜론 등의 산뜻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톡톡 튀는 버블과 어우러지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무겁지 않지만 길고 엘레강스한 피니쉬도 인상적입니다. 스파클링은 대체로 많은 음식과 매칭이 잘되는데 초밥과 오렌지 소스의 절인 광어와 좋은 궁합을 보였습니다.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와 광어
프레시넷 카르타 네바다(Freixenet Carta Nebada)는 세미 세코(semi seco)로 살짝 달콤한 여운이 이어지는 까바입니다. 금빛을 띠는 카르타 네바다는 ‘순결한 눈꽃 편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과, 레몬 등 상큼한 과일향과 마치 살아있는듯한 청량감 있는 탄산이 와인 이름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프레시넷은 까바의 본고장인 스페인 까탈루냐의 페네데스(Penedés)에 생산되는데 페네데스는 까바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까바의 고향입니다. 프레시넷은 1914년에 ‘라 프레시네다 (La Freixeneda)’를 소유한 페르에르(Ferrer)가문과 이미 19세기부터 남미로 와인을 수출하던 스페인의 와인 선두주자인 살라(Sala)가문의 자녀가 결혼을 하면서 탄생한 와이너리입니다. 스페인 최초로 기압을 통한 포도압착 방식을 도입했고 보다 고품질의 까바를 생산하기 위해 최초로 냉장저장고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프레시넷은 1935년 런던과 미국에 해외지사를 설립해 까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프레시넷은 1초에 3병이 팔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파클링으로 유명합니다. 스페인 까바 수출량의 56%를 차지하며 140개 국가에 수출됩니다.

참고로 스파클링은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프랑스 상파뉴에서 만든 와인만 샴페인으로 부를 수 있답니다.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는 크레망(Crement) 또는 뱅 무쇠(Vin Mousseux)로 부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Spumante)나 프로세코(Prosecco), 독일은 젝트(Sekt)라고 하지요. 

트리오 레세르바 샤르도네와 흑돼지 삽겹살 구이
칠레 와인 트리오 레세르바 샤르도네(Trio Reserva Chardonnay)는 샤르도네 89%, 피노블랑 9%, 피노그리지오 2%를 블렌딩했습니다. 흰복숭아, 라임, 감귤 등 잘익은 신선한 과일 향과 상큼한 미네랄, 적절한 오크향, 상큼한 산도가 잘 어우러집니다. 트리오는 바로 이 세 품종의 완벽한 조화를 뜻한다고 하네요. 트리오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90점의 높은 점수를 주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격대비 가장 우수한 브랜드 와인”이라고 극찬한 콘차 이 토로의 베스트 셀링 브랜드랍니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흑돼지 삼겹살 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신선한 산도가 돼지고기의 잡내를 잘 잡아주기 때문이지요. 홍정호 셰프는 꿩엿으로 절인 흑돼지 삽겹살 구이에 댕유자향의 푸른콩 된장 크림소스를 결들인 요리를 선보였는데 트리오 샤로도네와 완벽한 조화를 보였습니다.

트리오 레세르바 카베르네 소비뇽(Trio Reserva Cabernet Sauvignon)는 마이포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70%와 라펠밸리의 카베르네 프랑 15%, 시라 15%를 블렌딩했습니다. 이 세 품종의 블렌딩은 흔치 않는 조합으로 잘 잡힌 구조감과 집중도, 농밀한 아로마가 돋보이네요. 스파이시한 향신료와 허브, 체리, 블루베리의 과일향, 은은한 타바코 향도 느껴집니다. 행사에 나온 모든 육류 요리들과 잘 어우러집니다.

트리오는 1883년 설립된 칠레 1위, 남미 1위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가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생산합니다. 콘차 이 토로는 1997년 프랑스 5대 사토인 그랑크뤼 1등급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바롱 필립 로칠드 가문과 알마비바(Almaviva)를 만들어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문을 연 와이너리 유명합니다. 콘차 이 토로의 아이콘 와인 돈 멜초(Don Melchor)는 세계적인 와인매체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8차례나 선정돼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콘차 이 토로의 포도밭은 1만800ha에 달하고 칠레,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 다양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답니다. 

브라운 브라더스 텐 에이커스 쉬라즈
브라운 브라더스 텐 에이커스 쉬라즈(Brown Brothers 10 Acres Shiraz)는 쉬라즈 100%로 호주 빅토리아주 히스코트 (Heathcote)의 싱글빈야드에서 재배한 쉬라즈를 사용한 프리미엄 와인입니다. 18~20개월간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합니다. 농익은 자두와 풍부한 시나몬, 후추향, 삼나무향이 어우러진 풀바디 와인으로 블랙체리와 과즙이 풍부한 자두의 느낌이 입안 가득 전달됩니다. 후추향의 여운과 기분좋은 타닌감도 이어집니다. 이번 행사에 가장 인기가 좋았던 에드워드권의 한우 등심 스테이크과 종은 매칭을 보였습니다.

브라운 브라더스 에이티나인 샤르도네(왼쪽)과 모스카토
브라운 브라더스 에이티나인 샤르도네(Brown Brothers Eighty Nine Chardonnay)는 호주 빅토리아의 킹 밸리 지역에서 생산한 샤르도네 100% 와인입니다. 65%는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새오크는 10%만 사용해 바닐라 터치가 은은하게 느껴지며 잘 익은 복숭아,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에피타이져, 샐러드, 치즈요리, 파스타와 궁합이 좋습니다.

브라운 브라더스는 1889년 호주 빅토리아에서 와인을 빚기 시작해 125년의 역사를 간직한 가족경영 와이너리입니다. 2014년 오스트레일리안 드링크스 어워드(Austailan Drinks Awards)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2위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브라운 브라더스의 모스카토 와인은 점유율 35%로 1위이며 호주 시장 화이트 와인 톱 3 브랜드로 손꼽힙니다. 2014년 호주 최고의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가 아웃스탠딩(Outstanding)으로 평가하며 극찬한 와이너리입니다.

소호 화이트 콜렉션 쇼비뇽 블랑
소호 화이트 콜렉션 쇼비뇽 블랑(Soho White Collection Sauvignon Blanc)은 호주 말보로에 빚은 소비뇽 블랑 100%입니다. 라임, 레몬, 오렌지, 패션후루츠, 오렌지 껍질향에 잘 익은 열대 과일 향까지 어우러집니다. 크리미한 느낌과 함께 레몬향의 여운도 이어집니다. 깔끔하고 화사한 과일 향과 신선하고 풍부한 산미가 조화를 이뤄 모든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데 닭고기, 칠면조 요리, 해산물 및 생선 요리와 페어링이 좋습니다. 안경석 셰프의 제주 성게알 리조또 튀김과 말고기볼로네제소스 요리와 좋은 매칭을 보였습니다. 프리미엄 스크류캡 제조 회사로 성공한 레이첼 카터와 그의 사촌 레베카가 함께 설립한 소호 와인은 현재 뉴질랜드와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와이너리입니다. 

 
소호 화이트 콜렉션 쇼비뇽 블랑 제주 성게알 리조또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제주도의 청정 농·수·축산물과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려 제주도를 새로운 미식문화관광 거점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5월 11∼20일 제주 농·수·축산 특산물을 주제로 국내외 최정상 셰프들이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였답니다. 제주향토음식명인 1호인 김지순 명인이 초청셰프들을 위해 제주푸른콩 된장드레싱 생채, 한라산 표고버섯 양념구이, 오메기떡 등 특색있는 제주 향토음식을 선보였습니다. 제주한라대학교에서 진행된 ‘그랜드 키친 위드 마스터즈’에서는 유명 셰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식재료 손질에서부터 플레이팅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청정 식재료와 셰프들 각각의 개성이 어우러진 요리를 관객들에게 시연했습니다. 

제주빙떡을 시식하는 이탈리아 초청셰프 마리아 그라치아 송치니
요리시연을 하고 있는 폴란드 초청셰프 알렉산더 바론
특히 초청셰프들은 제주한라대 조리학과 학생들의 주니어셰프 콘테스트 결승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야외 행사장 에서는 제주향토음식 무료시식행사가 진행됐는데 빙떡, 오메기떡 등의 다양한 제주 전통음식과 제주산 우유, 치즈, 감귤쥬스 등도 소개됐습니다. 또 제주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된 갈라디너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미쉐린스타 셰프들이 5가지의 정찬코스를 선보였는데 한국의 유현수 셰프, 홍콩의 알버트 아우 셰프, 일본의 코이즈미 코지 세프 등의 요리와 함께 코스마다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페어어링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기간동안 약 16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고 제주 전역의 맛집 50곳에는 제주고메위크가 진행돼 맛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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