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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에 들어간 1990년부터 10여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2년 춘천지검 영월지청장으로 승진하자 고향(경북 영주) 선배인 이명재 검찰총장 덕을 봤다는 말이 나돌았다. 2003년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으로 임명돼서야 특수통의 길로 접어들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당시 특수2부장이었다. 이후 10여년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찰청 중수1과장,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에는 검사장 승진의 기대가 컸을 것이다. 사법연수원 19기 선두주자로 불린 데다가 TK 출신이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동기 6명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평가를 잘 받은 김강욱과 조은석이 승진했다. 결국 우 전 수석은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 실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의 평가를 맡았던 B검사장은 고검장 승진에서 고배를 마시고 사표를 냈다. 2014년 세월호 수사 때 이른바 ‘우병우 사단’과 대립각을 세운 조은석 검사장도 한직에 배치됐다.

법무연수원은 검사와 수사관, 교도관 등 법무공무원 교육과 연구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연구위원 자리가 7개 있는데, 4명까지 검사로 채울 수 있다. 과거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검찰 고위직을 잠시 놓아두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요즘에는 지방검찰청 차장이나 지청장을 마치고 검사장 승진을 앞둔 검사들이 배치되고 있다. 승진 못 하면 옷을 벗어야 하니 당사자로선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셈이다.

어제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과 검사장급 4명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검찰을 떠나라는 통보와 마찬가지니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법무부는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검사들”이라고 설명했다. ‘우병우 사단’ 솎아내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예견된 수순이기는 하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누구라도 수긍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단지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부역자 취급한다면 ‘우병우의 보복’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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