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모처럼 출현한 다자구도 선거였다. 후보의 개인적 매력도 득표율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체로 후보 5명의 득표율은 현 시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치를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원하며 문 대통령을 지지한 41.1%의 열망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었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대선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게임이다. 비교적 다양한 결과가 나오는 지방선거나 총선과는 달리 대선 뒤 승자가 아닌 4명은 득표율과 상관없이 모두 패자가 됐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은 41.1%를 득표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돌아갔다.
문 대통령의 201개 공약은 주요 국정과제가 되어 국정기획자문위에서 토론을 거쳐 현실정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대다수가 버려지거나 보류된다. ‘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여당이 5당 공통공약을 우선 추려내기로 했지만, 4명의 ‘패자’에게 투표한 이들이 문 대통령과 같은 공약을 보고 그들을 뽑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도 섬기겠다”고 한 문 대통령은 내각 인사청문회 국면부터 여소야대 다당제 국회의 녹록지 않은 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여당과 문 대통령이 돌아봐야 할 것은 58.8% 국민이 뽑은 4명의 패자가 어떤 다른 가치를 갖고 있는지다.
문 대통령이 공공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중소기업 임금 보전을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보조하겠다고 한 안철수 후보,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공약한 문 대통령과 달리 본인부담률 목표를 20%로 설정한 유승민 후보의 공약을 곱씹어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각 후보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한 번씩 큰 화두를 던졌고 그들이 문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은 58.8%의 국민이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패자의 승복 위에 세워진 새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화두를 한 번씩 돌아봐야 하는 것은 다자구도 대선이 훨씬 다채로워진 우리 정치지형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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