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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국정농단 재판과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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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1 22:01:44 수정 : 2017-06-11 23: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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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거의 매일 야근을 해) 제 삶의 질이 한단계 낮아진 것 같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참 숨가쁘게 돌아가던 지난 연말 사회부 송년회에서 농담을 섞은 건배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새 정부가 출범했고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시작과 변화가 일으킨 흥분이 전해져온다.

박 전 대통령과 ‘40년지기’ 최순실씨를 비롯한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 재판이 연일 열리는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의 일상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6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기자의 하루는 국정농단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재판이 여러 법정에서 동시다발로 열린다.

총 12개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절반이 투입됐지만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재판은 어쩔 수 없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12일부터 평일 닷새 중 수요일 하루만 빼고 매일 열린다. 이 부회장 재판은 개정 16시간 만인 새벽 2시에 끝나는 진기록도 세웠다. 워낙 떠들썩한 ‘세기의 재판’이다 보니 법정에 세워야 할 증인도 여럿이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법정에서 해야 할 말도 많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 재판 선고 전까지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최장 기한은 6개월이다. 그 안에 증인신문 등 심리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재판 도중 구속 피고인을 석방해야 한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 입장에선 쉽게 꺼내들기 어려운 선택지일 것이다.

지난달 29일 12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 도중 20분가량 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 박 전 대통령. 그의 변호인은 최근 재판에서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며 “매주 4차례 출석해 재판을 받는 것 자체를 체력 면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 순간 오래전의 인기 드라마 ‘다모’가 유행시킨 명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힘드십니까, 저희도 힘듭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린 날 오후 6시20분쯤 휴정이 선언됐다. 저녁식사를 위해 법정 계단을 내려오는 기자에게 법원 방호원이 말을 건다. “(재판) 끝났나요?” “아니요. 저녁 먹고 계속한다고…” 그와 나는 잠시 동병상련의 짧은 한숨을 내쉰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긴장한 채로 재판정을 지키는 법정경위들, 공판이 끝나면 피고인을 다시 구치소로 호송해야 하는 교도관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한마디를 하려고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방청석을 지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는 평일 거의 대부분을 하루종일 재판하는 것으로 모자라 휴일에도 출근해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근 ‘공판 일정이 너무 과하다’고 거듭 항변하는 박 전 대통령 측에 “지난해 10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쉬어본 날이 없다. 재판부도 매주 4∼5차례 관련 사건 재판을 해왔다”며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응수했다. 국정농단 재판으로 지쳐 있는 모든 이들의 고생이 역사에 길이 남을 실체적 진실의 밑거름이 되길 기원해본다. “다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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