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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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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2 21:26:57 수정 : 2017-06-13 0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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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스님의 ‘용마 이야기’가 화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이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글을 낭독한 후 “끝으로 한 말씀 드리겠다”며 보탠 얘기다.

옛날 어느 한 고을에 ‘용마’가 나타났는데 온 고을의 힘깨나 쓴다는 장정들이 몰려와 모두 한 번씩 올라타 보는 바람에 용마가 지쳐 쓰러졌다는 민담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억눌려 있던 많은 바람이 있겠지만 한꺼번에 이룰 수 없는 상황도 함께 헤아려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당부였다.

문재인정부는 근 10년 만의 진보정권이다. 6·10 항쟁에도 남다른 의미를 담아 문재인 대통령 이하 주요 참모진이 기념식에 총출동했다. 그 자리에서 청와대로선 내놓고 하기 힘든 말을 진보진영 원로가 대신 해준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최고 지지도만큼이나 국민, 특히 진보진영 기대가 크다. 아직까진 박수갈채 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10년간 쌓인 건 적폐만이 아니다. 그동안 억눌린 각계각층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한다면 새 정부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통합’을 실현하려면 지지층에게 먼저 양보를 요구하거나 대승적 차원의 이해를 바라는 일도 생길 수밖에 없다. ‘촛불 청구서’라는 얄궂은 표현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 어느 한 쪽에서 “이러려고 정권교체했나”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문재인정부를 향한 민원은 이미 쏟아지고 있다. 국민인수위원회 정책제안 코너는 12일 현재 5만5000여건이 접수됐다. 국정에 반영됐음 직한 정책도 다수 있지만 “○○○를 해달라”식 민원도 대거 쌓이고 있다. 국민권익위를 필두로 부처마다 민원 처리 과정이 마련돼 있지만 청와대에 직접 상소하고 싶다는 국민 바람이 그만큼 크다. 최근 일주일 동안 1600여 의견이 접수됐다는 일자리위원회의 ‘일자리신문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청와대 앞에선 무기한 농성도 시작됐다. 청와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지난 7일부터 유성기업노조와 현대기아차 사내하청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텐트 4동을 설치하고 ‘노동3권 보장’과 ‘불법파견정규직화’를 요청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을 만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노조탄압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한단다.

문재인정부 앞에는 전교조 합법화 등 비슷한 현안이 쌓여 있다. 모두 진보진영의 숙원 과제이나 그 당위성만큼이나 폭발력도 큰 사안이다. 조각(組閣)도 힘겹게 진행 중인 새 정부로선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하다. 지선 스님이 진보진영 인사들이 총집결한 6·10 항쟁 기념식장에서 용마론을 꺼낸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민초들의 “내 목소리를 들어달라”와는 결이 다른, 문재인정부를 위협하는 악성 민원은 따로 있다. 집권세력 내부의 “10년 굶었다”식 인사 민원이 많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들린다. 문 대통령 최측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이 눈물로 만류하는데도 홀연히 뉴질랜드로 떠났다. 하지만 향후 청와대 입김이 닿을 수 있는 수많은 정부·공공기관 인사마다 집권층 내부 인사민원은 극성을 부리며 9년 만에 등장한 용마에 올라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용마가 날 수 있게 하려면 크게 경계할 일이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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