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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좋아요’ 자판기와 거짓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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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2 21:26:37 수정 : 2017-06-13 00: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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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대형 쇼핑몰 최근 기계 설치 / 돈으로 인기 과시는 심각한 사회문제
‘좋아요’ 클릭 수와 ‘팔로어’ 인원 수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대형 쇼핑몰에 이 기계가 최근 설치됐다.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위한 것이다. 사람 키 높이에 맞춰져 제작된 자판기의 보라색 화면에는 큼지막한 아이콘이 있다. 계정을 만들거나 로그인하는 아이콘, 사진을 찍거나 볼 수 있는 아이콘, ‘좋아요’ 하트 아이콘 등이다.

바탕화면 하단에는 금액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콘이 있다. 화면 밑 자판기 표면에는 지폐를 투입할 수 있는 구멍이 두 개 있다. 금액은 크게 50루블과 100루블이다. 자신 계정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 50개를 늘리기 위해 50루블, 우리 돈으로 약 1000원을 투입하면 된다. 또 2000원 정도면 계정의 팔로어 수를 100명 늘릴 수 있다. 인기 있는 계정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이용자를 위한 아이디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사진을 찍고, 이 자판기에 가서 로그인하고, ‘좋아요’와 팔로어 수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구매 금액을 정하고, 지폐를 투입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휴대전화에 ‘좋아요’나 팔로어 수가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자판기를 이용해 대규모 팔로어 수 구입도 가능하다. 우리 돈으로 약 95만원을 내면 팔로어를 한 번에 15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 1500명의 팔로어를 100개의 원하는 사진에 보내준다. 대량구매 ‘할인’이다. 100명의 팔로어를 2000원씩 내고 나눠 구입하면 15만명 팔로어에게 약 3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좋아요’나 팔로어를 늘리는 작업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이 담당한다. 코드를 조작해 무더기로 가짜 계정을 만들어 이용자의 특정 사진을 클릭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판기를 만든 업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기도를 조작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점을 업체도 잘 아는 듯하다. 일반인이 50개의 ‘좋아요’나 100명의 팔로어 수를 늘리는 것은 ‘애교’로 볼 수 있지만, 특정 업체가 15만명의 팔로어를 늘리는 것은 정보의 조작이다.

다양한 SNS에는 업체의 광고가 최근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일반 이용자를 가장해 내놓은 광고성 글과 사진이 넘쳐난다. 반대로 인기 파워블로거 등을 업체가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팔로어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파워블로거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 업체도 이들 블로거를 이용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21세기 SNS 혁명이 자본주의와 결합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검색어를 치면 무수한 광고가 등장한다. 광고성 댓글도 부지기수다. 우리의 몸과 건강을 맡겨야 하는 병원의 광고에도 조작된 체험 후기가 가득하다. 소비자는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지기 일쑤다. 정부가 간간이 후기조작 불법행위와 관련 업체를 단속하고 있지만, 무한한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 이런 조작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돈으로 자신의 인기를 과시하고, 거짓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런 정보의 조작은 사회를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정부의 다각적 대책과 업계 및 개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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