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에 격노한 데 이어 지난 8일 북한이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격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 메시지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계산이 담겼는지 모르지만, 메시지는 목적과 내용이 명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청와대 측이 굳이 공개해야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소통은 개인의 소통이 아니라 국정시스템의 소통이어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
새로운 사태 전개는 아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문 대통령도 각오했을 것이다. 국정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국민 지지만이 아니라 국회 입법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야당의 협력은 필수다. 문 대통령은 소통 노력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든 협치를 하면서 원만하게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2011년에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을 때,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사 도덕적일 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라며 통합과 연대를 통한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이야기했다. 올바른 문제의식이다. 지금도 유효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치가가 지녀야 할 미덕으로 프로네시스(phronesis), 즉 ‘실천적 지혜’를 꼽았다. 테오리아(theoria·이론적 지식)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실천적 지혜는 사람에게 좋은 것이나 나쁜 것과 관련해 행동할 수 있는 참되고 이성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페리클레스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실천적인 지혜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자신들과 사람들에게 좋은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프로네시스를 “사람들 모두의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고, 정치학자 이동수는 “정치적 인간이 한계를 인지하고 현실을 고려해 정치세계를 지도하는 정치적 지혜”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이 실천적 지혜다.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적 지혜를 발휘해 국정운영의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정치 리더십은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갈등 상황을 조정하는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그가 말한 대로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은 사드 배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자체가 절차의 문제다. 국민의 박수갈채나 경이적인 국정운영 지지율을 오독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시간에 쫓기게 된다. 인내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을 갈망하고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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