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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여야, 언제까지 남 탓만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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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5 00:48:28 수정 : 2017-06-15 00: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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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인사 때마다 ‘내로남불’ / 자리만 바꿔 서로 손가락질 / 집권 측은 솔직하게 돌아보고 야당은 반대 위한 반대 삼가야 월요일 아침에는 늘 교통체증이 심하다. 이번 주는 유독 심했다. 지하철역까지 다섯 정거장. 시내버스는 마지막 구간에서 아예 나아가지 못했다. 평소 10여분 거리인데 30분이 다 되어 갔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마음 급한 한 승객이 나섰다. “기사님. 그냥 내릴게요!” “아직 안 됩니다”라는 답변이 컸다. 한번 터진 요구는 곧 대세가 되어 있었다. “늦었는데 열어 주세요.” “여기서 내리면 불법인데요.” 승객들의 웅성거림 속에 버스기사는 결국 문을 열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이런 상황에 놓인다. 다수가 원칙을 어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에도 애매하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자랐다. 법과 규범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학교를 떠나면 실천하기 어려움을 알게 된다. 고백성사에 앞서 거짓말한 죄만 떠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온갖 죄가 튀어나온다. 남에게 큰 해코지 하지 않은 걸 위안으로 삼는 수밖에. 그러면서 깨달아 간다. 법과 규범은 지켰는지 여부보다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그게 바로 한 사람의 인격으로 드러난다. 

박희준 논설위원
요새 정치인들끼리 서로 손가락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위장전입, 이중국적, 논문표절, 세금탈루…. 지겹도록 들었던 레퍼토리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자기가 잘되면 저 잘 나서고 잘 안 되면 회사 탓, 상사 탓이다. 남이 잘되면 누구 덕을 봤거나 운이 좋아서이고, 잘 안 되면 능력이 없는 친구래서다. 나를 높이고 남은 끌어내린다. 공을 끌어안고 과는 떠넘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세상이다. 제 편한 대로 생각하니 서로 부끄러움도 모르고 상대방 탓만 한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깨끗해야 한다. 백번 지당하다. 그렇다고 순도 100의 도덕군자를 찾을 순 없다. 삶의 발자국을 뗄 때마다 먼지를 날린다. 누구인들 사연이 없겠는가. 위장전입만 해도 어마어마한 범죄처럼 들린다. 과거에 연수 등으로 해외에 나갔다 오면 부득이 어겨야 할 경우가 많았다. 인구절벽이라는데 이중국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병역회피 의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논문표절이나 세금탈루도 무조건 손가락질만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진보 쪽이니 더욱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까. 도덕심은 이념과 상관없이 요구되는 덕목이다. 오히려 보수 쪽이 더욱 도덕적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존의 질서와 가치, 이념을 지키려는 쪽이 보수집단이기 때문이다. 자기 절제와 가정의 중요성,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 등이 지켜야 할 가치다. 그렇다고 진보 쪽이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다. 진보 쪽은 더욱 진솔해져야 한다. 양심의 자유, 개인의 존중, 다양성 보장 같은 가치를 얘기하려면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집권세력은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8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조차 솔직하지 못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논란이 대표적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임 정권에서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인사검증을 맡은 조 수석은 국민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회를 찾았을 때 좀 더 진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집권해 보니 애로를 절감하게 되더라”면서 야당 시절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더라면 말이다. 야당도 “우리야말로 인선의 고충을 잘 안다. 그렇더라도 이런이런 흠결은 곤란하다”고 나서고. 이런 게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협치의 모습일 텐데….

하차 행렬에 합류하지 않은 승객이 있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불법을 저지른 버스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글쎄. 우르르 내린 열너댓 명의 승객에게는. 역시 갸우뚱. 다수가 불법에 관여됐으니 최초 요구한 대표선수만 책임지는 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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