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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것보다 설득력이 중요
강경화 대응 지지도 과신한 것
성패 관건은 안보와 경제 노선
시행착오 줄여야 좋은 리더십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트 하고 싶은, 혹은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오빠나 친구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두 달째 8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이 그걸 말해준다. 이전 대통령이 권위적이고 냉정했던 데 대한 반사이익도 있을 것이다. 강한 지지도는 국정운영에 큰힘이 된다. 현대 정치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다. 권력과 국민이 실시간으로 호응하면서 이슈를 생산하고 정치 흐름을 만든다.

그렇다고 인기에 급급하면 자기환상 속에 본질을 놓치고 손쉬운 정치에 안주하게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로 점심을 때우며 군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재산공개 등 조치로 집권 초 국민적 영웅이 됐다. 지지율도 90% 가까이 나왔다. 결과는 어땠는가. 깜짝쇼 피로도가 커지면서 취임 첫해를 넘기기도 전에 거품이 꺼지고 민주화 이후 대통령 가운데 임기말 지지율이 최악이었다. 권력을 두고 괜히 마약이라고 하지 않는다. 지지도에 취하면 정신이 나가면서 스스로 무너지게 돼 있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불만인 야3당이 내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어제 강하게 거부했다. “검증 결과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것은 국민 몫이므로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 말엔 높은 지지도에서 나온 자신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국회는 좋든 싫든 국민이 만들어준 엄연한 현실이다.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는 상호 견제하도록 돼 있다. 이 관계를 뛰어넘어 국민과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은 헌법 질서의 준수와 관련된 문제가 될 수 있다. 장관 한 명을 두고 과민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문 대통령과 여건 및 성향은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간 지도자가 있다. 바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이다. “미테랑은 인기를 누리려고 무엇을 획책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 자체를 경멸했다”며 “그는 대중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매혹시키려 하지는 않았다.” ( 자크 아탈리 ‘미테랑 평전’) 문 대통령은 우파 9년의 집권 이후 등장했지만 미테랑은 23년의 우파 장기집권 직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상을 확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테랑은 자제했다. 취임 첫날 그는 “프랑스 국민은 쉽게 실망할 것이오. 우파는 아주 빨리 회복할 것이고 좌파의 환상은 흩어질 것이오”라고 했다고 한다. 지도자에겐 통찰력이 성공의 조건이다.

문 대통령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슈화하고 11조원의 추경안 국회 제출 등 정부 주도 일자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동도 걸었다. 이 같은 정책은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급격하다”는 재계 반응은 “반성부터 하라”는 대통령의 불호령에 파묻혔다.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지만 노동계 발언권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 행사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난 것처럼 프랑스의 새 지도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노동자를 먼저 만났다. 그러나 이유가 판이하다. 마크롱은 노조 대표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혁을 설득했다.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대거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마크롱이 문 대통령과 다른 점은 노조 반발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기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이다. 선진국의 성공한 지도자들은 임기말로 가면서 국민 지지도가 높아졌다. 대부분이 외교안보에 대한 신뢰성 있는 노선과 경제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로 국민 삶을 윤택하게 했다. 좌파 미테랑의 경우도 그렇다. 최저임금제, 부유세 신설 등 급진적 정책을 1년간 시행했지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실패 기미가 역연하자 방향을 오른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노동자 해고 불사’를 외치며 “국정의 어려움을 경제성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인기에 초연했기에 미테랑은 연임에 성공했고 사후에도 추모 열기가 뜨겁다. 잘못된 길이라면 다른 길을 신속히 찾아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좋은 지도자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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