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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국회의원 최고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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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6 01:25:39 수정 : 2017-06-16 01: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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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돌고 도는 인생사를 새삼 경험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자세는 자못 엄중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민주당은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의혹의 부분이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공직후보자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공직후보자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의 빅딜설에 대해서도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토끼가 나오면 토끼를 잡고 노루가 나오면 노루를 잡고 곰이 나오면 곰을 잡을 것이다. 곰을 잡겠다고 토끼나 노루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공격과 수비를 바꿔가며 17년째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전쟁 벌이듯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현역 의원을 무사 통과시켜주는 관행도 그대로다. 김부겸 김영춘 도종환 김현미 후보자의 인사검증도 관례를 따를 것 같다. 이들 청문회장에선 “우리 당에 있었으면 벌써 대통령 후보를 했을 텐데 이제 장관 후보다”는 덕담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인 만큼 성과를 내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진한 동료애가 눈물겹다.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의원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이번에도 ‘빛나는 전통’을 이어간다면 ‘의원불패 25명’의 기록은 ‘29명’으로 경신된다.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함께 누리는 특권이 200여 가지나 된다. 특권들을 내려놓겠다고 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 특권들은 줄줄이 사탕처럼 여전히 동아줄에 단단히 매달려 있다. 그 특권 중에 최고의 특권을 꼽으라면 면책특권, 불체포특권도 아닌 ‘인사검증 프리패스’ 특권이다. 인사청문를 거쳐 간 의원들이라고 허물이 없었겠나. 팔이 안으로 굽어 곰은 고사하고 노루도 토끼도 잡을 생각이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대 인사 원칙’을 밝혔는데도 고무줄 잣대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은 ‘규정’이 아닌 ‘말’이기 때문이다. 인사검증 기준을 ‘법’으로 분명히 정해놓으면 ‘자격이 있네 없네’ 드잡이할 필요도 없다. 의원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미풍양속’도 끝낼 수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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