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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달달한 포트와인 어떤 음식과 어울릴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6-16 08:05:30 수정 : 2017-06-16 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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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을 닮은 그라함 포트와인
그야말로 치명적인 달콤함. 알코올도수가 20도에 육박하지만 넋을 잃게 만드는 황홀한 달콤함때문에 목넘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바로 포르투갈 포트(Port) 와인 얘기랍니다. 와인은 포도만 가지고 만들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알코올도수는 15도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렇다면 포트 와인은 어떻게 알코올도수가 20도까지 나올까요. 바로 포트 와인이 주정 강화 와인이기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의 포트, 마데이라(Madeira)와 스페인 셰리(Sherry)는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불려요. 양조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발효도중에 알콜도수 75% 정도의 주정을 부어주면 효모가 죽으면서 발효되지 않은 당이 남아 스위트한 포트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발효후에 주정을 강화하면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셰리가 탄생하고 마데이라는 스위트하거나 드라이한 와인을 둘다 만듭니다. 포트 와인도 당을 다 발효시켜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기도 해요. 

주정강화는 원래 영국에서 유행하던 술입니다. 과거에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운송과정에서 와인이 상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오랜 운송기간동안 상하지 않는 술이 필요했고 알코올을 첨가해 도수를 15∼22로 올린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알코올을 높이면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더위에 쉽게 끓거나 잘 상하지가 않는답니다. 또 주정강화와인은 숙성을 오래하기 때문에 견과류, 카라멜, 토피 등의 독특한 산화 캐릭터의 풍미를 갖게 되지요. 영국이 주소비국가여서 그라함, 테일러 등 유명한 포트와인들은 영국인들이 설립한 와이너리들이 많답니다. 

재미난 일화가 있어요. 테일러 포트 레이블에는 ‘4XXX’의 표시가 있는데 원래 ‘울마크 100%’라는 뜻입니다. 영국의 울 상인들이 포르투갈에 가서 울을 팔고 올때 빈배로 오지않고 와인을 실어다가 팔았는데 울 장사보다 포트 장사가 더 짭짤하게 이익이 남아 아예 포르투갈 눌러앉아 포트 와인을 영국시장으로 팔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포트 와인은 포루투갈의 도우르(Douro) 강가에서 키운 레드 품종으로 만들어요.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도우루 강 하구인 포르토(Porto)에서 실어서 보내던 와인이어서 포트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도우루 강가는 굉장히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인데 심지어 생산자도 자기밭에 어떤 품종이 자라는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품종이 있답니다. 따라서 최고급인 빈티지 포트 레이블에도 어떤 품종이 몇% 들어가있는지 적혀 있지 않아요. 이 때문에 포트 와인은 포도 품종을 30여가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품종인 뚜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뚜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 띤따 바호카(Tinta Barroca), 띤따 호리츠 (Tinta Roriz), 말바지아 피나(Malvasia Fina) 등을 블렌딩하죠. 뚜리가 나시오날은 흠잡을때가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꽃향기, 흙냄새, 검거나 붉은 과일과 향신료 느낌이 다 들어 있고 산도와 탄닌도 강합니다. 이 품종은 일반 스틸 와인으로도 점점 더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품질은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인 수준이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포트는 루비, 토니, 빈티지 포트 3가지가 있어요. 루비 포트는 레드 와인처럼 과일 풍미가 진하지만 훨씬 더 달콤합니다. 토니는 황갈색이란 뜻으로 너트 계열의 산화된 캐릭터가 특징입니다. 최상급인 빈티지 포트는 루비 포트와 색상과 맛이 거의 비슷하지만 날씨가 아주 좋은 그해의 포도로만 만들지요. 오크 숙성을 짧게하고 병속에서 장기간 숙성되면 맛과 향이 피어납니다. 영할때는 일반 포트와 큰 차이가 없고 최소 20년에서 30~40년은 기다려야 최고의 맛을 즐길수 있답니다. 따라서 자녀가 태어나면 빈티지 포트를 보통 한 박스사서 성인이 되고 결혼식을 하고 장례식까지 일생을 함께하도록 하는 전통도 있답니다. 

실제 빈티지 포트는 사람의 인생과도 너무 닮았어요. 초기 5~7년은 과실 풍미를 많이 보여주다 그후 7~18년 동안 잠이 들면서 향과 맛을 잘 못느끼는 닫히는 기간이 진행된답니다. 하지만 이후 18~33년은 활짝 꽃이 피듯이 2차 부케인 무화과, 시나몬, 커피 등의 다양한 모습을 화려하게 보여줍니다. 33년 이후에는 이런 향들이 훨씬 더 숙성된 모습을 보여주며 아주 오랫동안 유지된답니다.

루비 포트는 오크숙성을 안한 일반 포트, 최고 5년 숙성한 리저브 포트, 오크 숙성을 충분히 한 뒤 늦게 병에 담기 때문에 구입한 뒤 바로 마실 수 있는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LBV)가 있답니다. 토니 포트는 최소 7년 오크 숙성하며 보틀에 10년 20년 30년 40년까지 적을 수 있습니다. 10년이라고 적힌 토니 포트는 여러 해의 포트를 섞어 최소 10년이상 숙성했다는 뜻입니다.

앤드류 제임스 시밍턴
1820년에 설립된 그라함 포트(Graham’s Port)는 포트 와인의 대명사로 스코틀랜를 비롯 전세계 시장에 포트 와인을 진출시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두오로에 뛰어난 포도밭 23개를 소유한 세계 최고급 포트 생산자죠. 1882년 스코틀랜드인 앤드류 제임스 시밍턴이 그라함을 인수, 현재 손자인 제임스 시밍턴이 수세기에 걸쳐 쌓아 온 그라함 포트의 품질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제임스 시밍턴
그라함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영국 엘리자 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Diamond Jubilee) 공식 행사에 빈티지 포트 와인이 사용됐기 때문이기도 해요. 또 2016년에는 드링크 인터내셔널(Drink International)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브랜드 톱100에서 14위로 선정됐는데 포트 와인 중 유일하게 그라함이 선정됐답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왕실에서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도 받았습니다. 로열 워런트는 엘리자베스 여왕, 필립공, 왕세자 찰스 3명이 왕실에 납품하는 제품들을 심사해 수여하는 자필 서명이 찍힌 증서로 재규어(Jaguar), 까르띠에(Cartier), 에스턴 마틴(Aston Martin), 조니 워커(Johnnie Walker) 등 각 분야의 최고의 브랜드에 수여됩니다. 그라함 포트는 현재 까브드뱅에서 단독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빈티지 포트는 어떤 와인이기에 엘리자 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에 선택됐을까요. 2000년대 빈티지는 현재까지 2000, 2003, 2007, 2011 등 모두 4개 밖에 안된답니다. 날씨 아주 좋은 해에 최고의 포도가 탄생할때 빚는 포트라 그만큼 희귀성이 크죠. 보통 10년에 2∼3개 정도의 빈티지 포트가 나옵니다. 빈티지 포트는 18개월 동안 오크숙성을 거친뒤 바로 병에 담는답니다. 병에서 천천히 숙성면서 맛과 향이 발전해 나가죠. 특히 빈티지 포트는 필터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필터링을 완벽하게 해서 병에 담으면 와인 긴시간동안 발전할게 별로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빈티지 포트는 찌꺼기가 엄청 많아서 마실때 반드시 디캔팅을 해서 불순물을 여과 한뒤 마셔야 한답니다. 

달달한 포트 와인은 어떤 음식과 어울릴 까요. 많은 이들이 포트 와인은 달기 때문에 반드시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즐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답니다. 한국을 찾은 그라함 포트의 조지 눈스(Jorge Nunes) 아시아태평양 매니저와 그레이트 빈티지로 알려진 1983, 2000, 2011 빈티지 포트와 2015 싱글빈야드 포트 캐스크 샘플 와인을 디저트 음식은 물론 다양한 일반 음식들과 매칭이 잘 되는지 테이스팅해 봤습니다. 결과는 놀랍더군요. 한우나 오리고기 등 육류는 물론 생선, 조개 심지어 어란, 붕장어, 해조류 튀각과도 잘 어우러지면서 음식 맛을 한층 배가시켰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바로 산도때문이에요. 포트 와인이 달지만 질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산도때문이랍니다. 산도가 너무 약한 스위트 와인은 조금만 마셔도 금방 질리게 되죠. 대표적인 와인이 저렴한 이탈리아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에요. 산도가 없는 스위트 와인은 마치 코카콜라 같아서 푹 퍼진 느낌이 늘고 음식의 맛을 전혀 북돋아 주지 못한답니다. 하지만 산도가 짱짱하게 잘 뒷받침된 와인은 침을 고여 식욕을 북돋아 주기에 여러 종류의 음식들과 좋은 마리아주를 보인답니다. 

그라함의 여러 빈티지 포트들이 출생연도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입니다. 그라함 2000 빈티지 포트는 태어난지 17년 됐으니 아직 자고 있지만 이제 내년쯤은 활짝 기재를 펼 것 같네요. 실제 디캔팅을 아무리해도 아직까지는 자신의 모습을 다 안보여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빈티지 포트입니다. 그라함 빈티지 포트는 육중하고 근육질의 남자같은 뼈대를 지녔고 뒤에 약간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라함 포트의 전형적인 잘 익은 자두의 아로마와 신선한 블랙베리의 향이 느껴집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미감과 길게 이어지는 깔끔한 여운이 특징이네요.

그라함 2011 빈티지 포트는 기후가 마법 같은 해에 태어났답니다. 물이 필요했을때는 비가 왔고 그만 비가 그쳐줬으면 했을때는 비가 그쳤을 정도로 기후가 좋았다네요. 영국의 유명한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스가 그람함 포트 2011 빈티지를 찾기 위해 2014년에 포르투갈을 직접 방문했고 와인 스펙테이터 등 각종 유명 매체가 앞다퉈 2011 빈티지를 다뤘을 정도로 뛰어난 빈티지랍니다. 다른 빈티지 포트보다 한수 위의 퀄러티를 보여주는데 좀더 우아하고 절제된 향이 느껴집니다. 다만, 태어난지 올해 만 6년으로 아마도 내년쯤이면 닫히기 시작할 거에요. 주변에서 2011 빈티지를 발견한다면 바로 구입하세요. 이 빈티지를 제대로 즐길려면 앞으로 최소한 12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라함 1983 빈티지 포트는 1차 동면 시기를 거쳐 활짝 피어난 상태니 지금 즐기가 딱 좋을 때에요. 아무래도 신선함은 덜 하지만 제비꽃 등 꽃향과 민트, 유칼리투스 등의 허브,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풍미가 매우 집약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라함 스톤테라스 2015 싱글빈야드 포트는 빈티지 포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였는데 아쉽게 빈티지 포트에서 탈락했습니다. 빈티지는 포트는 숙성력과 퀄러티를 판단하는데 2년 정도 걸리며 그 뒤에 빈티지 포트로 선포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2015는 와인평로가 제임스 서클링이 굉장히 기대를 했을 정도로 빈티지 포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숙성된 상태가 기대에 못미쳐 최종 적으로 싱글빈야드 포트로 출시가 결정됐다는 군요. 빈티지 포는 보통 5개의 싱글빈야드를 블렌딩합니다. 2015년는 덥고 건조한 기후가 계속 이어지다가 갑자기 습기가 찼지만 워낙 좋은 기후여서 숙성과정을 지켜봤는데 결국 빈티지 포트가 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스톤테라스 빈야드는 강렬한 일조량 속에서도 적당한 그늘이 져 산도가 균형잡인 좋은 포도가 수확됐다고 하네요.

캐스크 샘플을 테이스팅 했는데 아직 매우 어린 빈티지만 쵸콜릿과 잘익은 과일향, 꽃향기, 커피 등의 2차 부케 치고 올라와 맛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탄닌는 육중하지 않고 라운드하며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잘 잡혔있습니다.

그라함 엑스트라 드라이 화이트 포트는 달지않는 포트 와인입니다. 화이트 포트 두종류가 있어요. 파인 화이트는 스위트한 화이트 포트입니다. 엑스트라 드라이는 발효과정에서 대부분의 당을 소모시켜 드라이하게 만든 포트입니다. 뒷맛에 과실의 당도가 남아있지만 위스키의 풍미가 훨씬 도드라지는 드라이 화이트랍니다. 옅은 노란색으로 신선한 과실과 꽃 향기의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길게 이어지는 드라이하고 크리스피한 미감이 매력적입니다. 요즘 화이트 포트와 토니워터를 섞어 마시는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 보세요. 특히 각얼음을 넣은 잔에 포트와 캐나다 드라이 토니워터를 1:1 비율로 섞고 오렌지 가니쉬와 애플 민트 등을 첨가하면 아주 맛난 포트 토닉이 만들어 진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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