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아베 ‘가케 학원’과 朴 ‘비선 실세’

관련이슈 특파원 리포트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6-16 23:25:33 수정 : 2017-06-16 23:25: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수의학부 신설 부당압력 의혹 / 굳건하던 아베 1강 체제 흔들어 / 日 정부선 “괴문서” 덮기 급급 / 朴 정권의 ‘찌라시’ 겹쳐 보여 “마음대로 하게 둬서는 안 된다. 그건 독재다. 견제할 수 있도록 자민당을 지지해 달라.”

‘아베 1강’ 체제가 굳건했던 일본 정치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큰소리만 치면 되던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이 초조함에 떨고 있다. 누가 이들을 위협하고 있을까. 최대 야당인 민진당은 아니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없다. 그 주인공은 전국정당도 아닌, 도쿄를 기반으로 한 신생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다.

국회에서 중·참의원 모두 최대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은 현재 도쿄 도의회에서도 최대 세력이다. 하지만 다음달 2일 치러질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는 소수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최대 세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쿄 도민은 강력한 도정 개혁을 추진하는 고이케 지사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2위였던 도민퍼스트회는 지난 10∼11일 도쿄신문 조사에서 처음으로 자민당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도쿄 도의원 선거는 지방선거지만 전국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자민당은 2009년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도 져 정권을 민주당(현 민진당)에 넘겨준 경험이 있다.

다급해진 자민당은 “독재를 견제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도쿄 도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민퍼스트회는 “도정 개혁을 가로막게 해서는 안 된다. 도정 개혁이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때와 비슷하다. 야당들은 “아베정권의 폭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외쳤다. 그때 자민당은 “국정의 발목만 잡는 야당은 필요 없다. 국정 운영이 잘 되도록 더욱 힘을 실어달라”고 대응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만큼 견고해 보이던 ‘아베 1강’ 체제가 어쩌다 이렇게 흔들리게 됐을까. 그 주범은 ‘가케 학원 스캔들’이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가케 학원’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아베 총리는 “근거 없는 얘기”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총리관저(총리실)를 담당하는 내각부가 교육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성에 ‘총리의 의향’ 등을 언급하며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압박했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 내부 문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해당 문서가 공개될 당시만 해도 일본 정부는 ‘괴문서’라고 일축했다. 문부과학성은 “자체 조사 결과 해당 문서를 확인할 수 없다”며 서둘러 덮었다. 하지만 수의학부 신설 문제를 담당했던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내가 보고를 받았던 문서”라고 증언한 데 이어 현직 문부과학성 직원들까지 언론을 상대로 문서의 존재를 증언하기 시작하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결국 문부과학성은 재조사에 나섰고, “일부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5일 시인했다.

하지만 아베정권의 태도가 당장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수의학부 신설 결정 과정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조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이 ‘공모죄 법안’ 국회 강행 처리로 야당들이 패닉 상태였던 날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은근슬쩍 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문부과학성 부대신은 문서 유출 직원을 처벌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가케 학원 스캔들 소동을 보면서 박근혜정부 때 일이 겹쳐 보였다면 억지일까. 비선실세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문제를 확인해 바로잡았다면 어땠을까. 당시 박근혜정부도 관련 문서를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라고 일축하더니, 핵심 내용은 덮어두고 문서 유출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박근혜정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아베정권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해명을 할까, 덮을까.

우상규 도쿄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