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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고리 1호기와 ‘해봤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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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6 23:24:20 수정 : 2017-06-16 23: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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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전,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다. 1968년 시작한 경부고속도로 건설.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무슨 고속도로냐.” 1인당 국민소득이 180달러를 밑돌던 때다. 그런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2년5개월 동안 연인원 892만명을 투입한 역사(役事) 끝에 1970년 ‘국토 대동맥’은 뚫렸다.

이듬해 더 큰 일이 벌어졌다.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다. 건설 비용만 1560억원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닦는 데 든 돈 429억원의 4배 가깝다.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5% 가까운 큰 돈이다. 또 난리가 났다. 투자자금 절반이 외채이니 외채 망국론이 터져나왔다. 6년5개월에 걸친 역사. 1978년 4월29일 마침내 불붙은 원자로는 전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고리 원전 1호기다.

감탄스러운 점 한 가지. 원전 지을 생각은 어찌 했을까. 1971년 1인당 국민소득 292달러. 우리 경제는 ‘하얀 도화지’ 같은 때다. ‘철강 한국’, ‘조선 한국’? 당시에는 온 국토가 허허벌판이었다. 정주영 현대 회장은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조선소 지을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포항제철 공장은 기둥만 세워진 시절이다.

1978년부터 수년간 이어진 2차 오일쇼크. 외환 고갈로 석유를 사올 돈이 없었다. 오일쇼크를 넘은 일등공신은 고리 1호기다. 이 원전이 없었다면 철강, 조선, 석유화학 산업은 어찌 되었을까. 에너지가 마른 땅에 싹을 트지 못한 채 고사했을지 모른다.

고리 1호기가 40년 만에 원자로의 불을 끈다. 18일 밤 12시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경제개발 역사의 한 장을 넘기는 순간이다.

고리 1호기 건설에 참여했던 정주영 회장. 주뼛주뼛 물러나는 임직원들에게 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임자, 해봤어?” 처음 원전 건설에 나선 임직원들도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 않았을까. ‘해봤어 정신’. 정 회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경제를 일으킨 주역치고 그런 도전 정신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불을 끄는 고리 1호기. ‘해봤어 정신’만은 꺼지지 않는 불로 남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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