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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간절한 서킷 생각…” 스팅어 3.3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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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9 10:00:00 수정 : 2017-06-19 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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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 가봤으면…”

기아자동차 스팅어 3.3 터보 GT 2WD를 시승했다. 400㎞가량 시승한 여운은 서킷에 올려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마무리됐다. 그저 ‘그 곳에서 한 번 밟아봤으면’ 한 첫 국산차다.

눈 앞에 선 순백의 스팅어는 수입 모델인가 싶을 만큼 세련됐다. 이번 만큼은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을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철 없는’ 생각이 들만큼. 2011년 공개된 GT 콘셉트에서 많은 부분이 지켜진 점이 다행스럽다.

측면부는 지붕에서 트렁크로 길게 뻗은 선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언뜻 벤츠 CLS 혹은 BMW 6시리즈 류가 생각난다. 19인치 휠도 멋스럽게 깎았다. 후면부는 두툼한 엉덩이에 박힌 리어램프와 듀얼 트윈팁 머플러의 인상이 강렬하다. 스팅어 영문명은 재규어스럽기도 하다. 아직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노골적이다.

문을 열면 낮은 시트 포지션과 몸을 감싸는 버킷시트가 차의 성격을 말해준다. 전장 4830㎜, 전폭 1870㎜, 전고 1400㎜. 휠베이스는 2905㎜다. 중형 세단 급인데 그랜저보다 전폭이 5㎜ 넓고, 휠베이스는 60㎜ 길다. 전고가 낮고 후드가 긴 ‘다운포스 디자인’이다. 곁에 어지간한 중형 세단이 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처럼 느껴진다.

실내 공간은 깔끔하다. 화려할 것도 부족할 것도 없다. 센터페시아 상단엔 9.2인치 모니터가 단정하게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로 3구 송풍구, 조작부, 하단에는 기어노브 등이 꼭 필요한 만큼 들어차 있다. 여기에 주행 보조 기능도 꼼꼼하게 채워넣었다. 매끈하고 단단한 ‘차돌’ 같다.

시트 포지션을 낮추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하단이 살짝 가려졌다. 낮은 전고로 머리 윗 공간이 넉넉하진 않은 만큼 HUD가 비추는 정보를 좀더 높게 처리할 수 없는 건지 궁금했는데, 스티어링휠에 붙은 조작 버튼을 통해 HUD 높이, 밝기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흠이라면 스티어링휠 중앙 앰블럼, 하단부 플라스틱 질감이 ‘왠일이야’ 싶을 만큼 저가 느낌을 준다. 향후 개선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관심인 주행성능. 시승한 모델은 370마력 3.3 V6 트윈터보 엔진에 2세대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스팅어 중에서도 이 모델만 ‘런치 컨트롤’ 시스템을 제공한다. 영화에서 볼 법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고서 RPM을 올린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 폭발하듯 발진하는 기능이다. 출발 전 엔진 회전 수를 최대 토크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국산차엔 처음 적용돼, 제로백 4.9초가 이렇게 나온다.

하지만 굳이 이런 기능으로 비싼 미쉐린 타이어 수명을 줄일 이유가 있을까. 풀가속만 시도해도 들숨과 날숨을 바꿀 만큼의 짧은 찰나에 바늘은 150㎞ 언저리까지 치솟는다. 차량 앞이 들릴 것만 같은 기분이어서 계기판 볼 겨를도 없다. 계기판엔 시속 300㎞까지 구성돼 있지만 튜닝 작업을 통해 270㎞로 제한한다. 일반 도로용 타이어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고속도로에 올랐지만 국내 상당수 운전자들은 추월 차로 개념을 지키지 않는 데다 과속 단속 카메라까지 끊임없이 등장, 펀치력을 온전히 경험하긴 어려웠다. 서킷이 떠오른 까닭이다.

스팅어가 고성능이라고 해 BMW M, 메르세데스-벤츠 AMG 류와 견주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 다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자동차 고성능차 총괄 담당은 스팅어를 “제대로 된 GT(그란투리스모)”라고 강조했다. GT는 큰 땅덩이를 횡단할 만한 장거리 운행에 적합한 차종을 말한다. 강력한 성능과 편안함,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 차종이다.

따라서 기아차는 차원이 다른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부 마니아층이 찾는 차가 아닌 다양한 고객층에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과 판매량, 두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차는 처음입니다.” 현대∙기아차 구성원들도 뿌듯함을 숨기지 않는다. 제 자식 이쁜 것을 어찌하랴만 스팅어는 반박하기 어렵다.

기아차는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제 성능으로도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실적이 주목된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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