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위클리 4차 산업혁명] 티파니일까, 지방시일까, 또는 오드리 헵번일까

관련이슈 위클리 4차 산업혁명

입력 : 2017-06-19 13:42:51 수정 : 2023-11-12 21:34: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61년 개봉한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영화다. 먼저 영화 속 주인공인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을 세계적인 배우로 이름나게 하였다. 물론 그녀가 명성을 알린 영화로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과 ‘사브리나’(Sabrina) 등도 있지만 실제로 남녀노소 모두 사랑한 ‘세기의 연인’이자 ‘미(美)의 상징’,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든 영화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이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은 오프닝(도입부)이 꼽힌다. 이른 아침 미국 뉴욕의 거리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서고, 영화 속 주인공인 할리 골라이틀리(Holly Golightly·오드리 헵번 분·사진)가 검은 선글라스에 화려한 보석 목걸이를 두르고 내린다. 명곡 ‘문 리버’(Moon River)가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티파니 매장 앞으로 가 창문 안 보석들을 보며 모닝커피와 빵을 먹는다.

 

이 장면으로 뉴욕 5번가의 티파니(Tiffany&Co.) 본점은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170년이 된 이 보석 브랜드는 사실 이미 전설적인 역사를 자랑한다. 달러 지폐에서 볼 수 있는 미 국새를 디자인한 회사이며,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취임식에서 영부인 메리가 착용한 진주 목걸이도 티파니 제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티파니를 떠올릴 때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오드리 헵번을 대부분 연상한다. 그만큼 이 장면은 잊지 못할 신(scene)으로 회자된다.

 

이 오프닝 장면에 또 하나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 바로 20세기의 패션 아이템으로 기억된 그녀가 입은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이다. 영화 제목보다 강렬한 이 검정 드레스는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인 지방시(Givenchy)의 제품이다. 이 영화로 지방시도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로 도약하게 되었다. 3분이 채 안 되는 오프닝 안에서 영역이 전혀 다른 두 브랜드가 세기의 패션 아이콘을 완성하는 놀라운 시너지를 보여준 것이다.

 

최근 IT(정보통신) 업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2개의 영역이 서로 기술과 시장을 공유하며 강력하고 새로운 미래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사진)는 학술지 뉴 스페이스(New Space) 6월호에 화성 이민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그가 설립한 우주수송 장비 제조회사인 스페이스X(SpaceX)를 통해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과 행성 간 교통시스템(ITS) 우주선을 만들어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계획을 설명한 것이다. 이제 막 한국에 진출한 회사인 테슬라의 CEO가 사실은 전기차 이상으로 큰 관심과 투자를 하는 분야가 우주선 개발과 화성 이주 프로젝트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테슬라 이전에 스페이스X의 CEO를 역임하고 있었다. 그는 ITS 우주선으로 향후 50년∼100년 100만명이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각국 정부가 하지 못하던 놀라운 일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보다 현실적인 예도 있다.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 16일 미국 내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점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로 뉴욕 주식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았고,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의 주가가 급락하였다. 사실 아마존은 그동안 이미 확보한 온라인 회원 3000만명 중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식품을 집으로 배달하는 ‘프레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뒤 현금결제 없이 매장에서 제품을 가져가는 ‘아마존 고’를 선보이는 등 식품·유통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시장에 이 정도의 대규모 투자와 진출을 할 것이라고 시장은 예측하지 못하였다. 식품유통분야는 미국에서 연간 약 8000억달러(904조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전통적 강자인 월마트가 20% 이상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아마존의 진출로 전문가들은 향후 이 업계에서 온·오프라인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른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애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제조회사였지만 현재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자체 TV 프로그램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회사인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 현재는 드론(무인항공기)을 제작하고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뇌 컴퓨터 사업에 진출했다. 검색회사로 출발한 구글 역시 자율차 사업에 새롭게 나섰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첨단 기술을 앞세운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산업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각 기업의 미래 산업에 대한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전혀 다른 2개 영역이 만나서 강력하고 새로운 미래 환경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드리 헵번은 미 연예계에 12명밖에 없는 ‘EGOT’ 배우로 불린다. EGOT는 에미상(Emmy, TV)과 그래미상(Grammy, 음악·청각매체), 아카데미상(Accademy-Oscar, 영화), 토니상(Tony, 무대공연)을 모두 수상한 배우를 일컫는다. 티파니와 지방시가 만나 오드리 헵번이라는 세기의 패션 아이콘을 만들어 낸 덕분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IT 기업들은 과연 서로 다른 영역들을 어떤 방법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미래 시장을 만들어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