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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공원 50주년… 삶 바꾸는 장소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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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9 23:34:14 수정 : 2017-06-19 23: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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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태 분야 활동가로 잔뼈가 굵은 A씨는 마음이 착잡하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 4대강, 미세먼지, 기후변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굵직한 환경 현안에서 큰 진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반면에 그가 천착해 온 생태 분야에서는 그런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가 생각해낸 것은 우리 국민, 특히 젊은 층의 ‘자연 결핍’이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나비를 쫓다 풀숲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이 일상이던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 세대는 자연을 접할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한다.

고라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산양의 멸종위기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자연 결핍’은 2005년 미국 아동발달국립과학협회 고문 리처드 루브가 저서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자연에서 동떨어져 살면서 나타나는 우울증, 비만, 주의력결핍장애, 폭력성 등을 총칭한다. 루브는 자연을 마주하면서 경험하는 경외감이 자연에 대한 애착심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도 연결돼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굳이 아이들 얘기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을 걸으며 여유를 되찾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던 경험이 소중할 것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내 삶과 공동체를 되돌아보기 어려워진 요즘, 집단적으로 자연 결핍에 빠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연이 주는 위로와 여유일지 모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국립공원청 100주년을 맞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방문해 한 연설에서 자신이 11살 때 옐로스톤에서 물소, 사슴, 곰과 처음 마주쳤던 순간을 묘사했다. 그는 그 순간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으며, 모든 아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을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에서 국립공원은 명예와 용기 등 미국적 가치를 철저하게 구현하는 장소이자 자연 또는 이웃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장이다.

올해는 1967년 공원법 제정으로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 생물종의 45%, 멸종위기종의 63%가 서식하는 국립공원에는 연간 약 4500만명의 탐방객이 방문한다. 그러나 아직 많은 탐방객에게 국립공원은 관광지 아니면 정상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성수기에는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등산해야 하는 국립공원에서 ‘자연과 사람의 공존’의 가치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부터 학계, 시민사회, 지역주민 등이 함께 논의해 마련한 ‘국립공원 미래 50년 비전’의 핵심은 국립공원이 공원부지의 경계를 넘어 한반도 전체의 생태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일상을 바꾸는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며칠이고 머물면서 들꽃과 철새 이름에 익숙해지고, 돌아가서도 자연의 다양한 이웃과 공동체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겼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는 국립공원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23일에는 국회에서 시민과 함께 국립공원의 미래를 그려보는 미래 대토론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50주년 기념행사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국립공원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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