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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동맹 위기 자초할 위험한 발언은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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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0 21:47:46 수정 : 2017-06-20 21: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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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회담 직전 작심발언 안타까워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세는 더 신중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6일 워싱턴에서 밝힌 북핵 해법 구상이 국내외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이 문제로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라고도 했다는 보도가 확산하면서 국내 여론은 물론 미국 조야에서도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일단 국무부에서는 한국의 공식 입장이 아닌 사견일 것이라는 짧은 논평을 냈고, 청와대에서도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며, 학자적 사견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며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남짓 남긴 엄중한 상황에서 그의 발언을 학자 문정인의 개인 발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다. 사실 문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0여년간 일관된 것으로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대통령의 멘토이자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라는 점에서 더 이상 개인의 의견일 수 없다. 또한 정상회담 직전 다른 곳도 아닌 워싱턴 한복판에서 작심 발언을 해야 했던 배경에 대해 미국 측 인사들이 의구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지금 문 특보의 발언은 미국과의 조심스러운 협치와 신뢰 쌓기를 모색하기보다는 북핵 위기 해결 방식에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더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문재인 시대가 ‘노무현 2.0’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미국 측 인사들에게는 문 특보의 발언, 사드 배치 연기, 미 상원의원들과의 면담 실패 등 일련의 사태가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인 유연성, 융통성, 합리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이루지 못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강력 추진하면서 중국과 함께 철저한 대북압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후발주자로 뛰어든 문재인정부가 문 특보의 평소 논리대로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도 축소할 수 있어야 하며, 대북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면 이는 중국 입장을 두둔하며 미국 정책과 의견을 달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오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문 특보가 자신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공식석상에서 이미 밝혔다는 점이다. 사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가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은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설사 그렇다 해도 대통령 특보 문정인은 학자 문정인과는 철저히 구분됐어야 한다.

남북문제에 대한 식견과 철학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세는 더 신중해야 한다. 북한의 모진 억류과정에서 반신불수가 돼 끝내 세상을 뜬 오토 웜비어 사태로 미국의 반북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과거 보수 정권 10년 내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소신을 과감히 밝히는 용기를 칭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과의 의도적 갈등을 기획했던 것이 아니라면 그의 발언 내용과 시점은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트럼프가 추진해온 강력한 대북압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그를 칭찬하고 공조를 약속하며, 만약 그의 정책이 성과를 거둘 경우 우리 정부가 더 많은 참여와 관여를 위해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그것으로 족하다. 뒤늦게 출발한 문재인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대북정책을 마치 비판하거나 뜻을 달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한·미동맹의 신뢰를 해치는 뼈아픈 패착이 될 것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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