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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유화·강경 ‘한·미 엇박자’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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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1 00:42:18 수정 : 2017-06-21 0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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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으로 美 조야 격앙
미·중 대화서 대북제재 최우선
대화 강조한 새 정부 노선 우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어제 사망했다.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이다. 웜비어의 유족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억류로 인한 미국인 사망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분노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재판 직후 식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의료진은 웜비어의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됐지만 식중독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웜비어에게 체제전복 혐의를 씌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뒤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히고 유족과 국제사회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 침해는 도를 넘어섰다. 외국인을 인질 삼아 대화·협상 카드로 쓰는 악행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국내 여론을 감안해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웜비어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에 뒤늦게 관심을 표명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웜비어 사건은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조만간 북한 여행 금지 등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도 북한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미 국무부는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를 지금보다 강화하라는 요구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되자마자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나타냈다. 여권 일각에선 “왜 미국과 우리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대북정책 조율작업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한·미 균열을 막기 위한 외교당국의 치밀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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