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청산가리 오염' 개고기 유통의혹에 시끌

인도네시아 유명 휴양지 발리에서 유통되는 개고기 일부가 청산가리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코코넛 발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동물보호단체인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몇 달간 발리 현지에서 개고기 유통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잠입 조사를 진행했다.

2015년 4월 17일 인도네시아 보건당국 관계자가 발리 덴파사르 지역에서 붙잡은 개에게 광견병 백신을 주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 과정에서 현지 식당에 개고기를 공급하는 갱 조직원들이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독극물인 청산가리로 '개 사냥'을 벌이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 사냥에 동행한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 소속 활동가는 "발리 덴파사르 뒷골목에 독이 든 먹이를 놓아두자, 곧 검은 개 한 마리가 이것을 먹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조직원들은 개를 잡아 올려 입에 독극물을 추가로 부어 넣었고, 이 개는 버둥거리다 숨이 멎었다"고 말했다.

그는 "갱 조직원들은 개를 많이 확보해야 할 때는 보통 독극물을 쓰지만, 최근에는 필요한 약품을 구하기 힘들다고 불평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사냥'된 개고기는 위생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독극물이 체내에 남아 있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독극물 정보센터의 앤드루 도슨 소장은 "청산가리는 조리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청산가리에 오염된 개고기를 먹을 경우 구역질·설사·근육통증·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일 수 있고,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조직 및 신경손상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발리에서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노점상은 보통 현지 방언으로 개고기를 뜻하는 'RW'란 단어가 쓰여 있지만, 이를 모르는 관광객들이 개고기 사테(꼬치구이) 등을 사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니멀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부 노점상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개고기를 닭고기 등으로 속여 팔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발리동물복지협회 관계자는 발리에서 연간 7만 마리의 개가 독극물이나 총기, 몽둥이 등으로 도살돼 식용으로 팔린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개고기 유통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도축과 유통 관리 관련 규제도 받지 않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