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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등대의 불빛·하늘의 별빛… 섬은 외롭지 않다

입력 : 2017-06-22 15:04:59 수정 : 2017-06-22 15: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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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옹도 / 해무에 가려진 무인도, 106년간 인적 닿지않아… 등대지기만 섬을 지켰다 / 태안 신진도항서 40분 /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외로운 섬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쳤다 앞이 뿌옇다. 조금씩 앞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다리 건너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해진다. 당황스럽다. 분명 파란 하늘이 보인 화창한 날씨다. 바닷가 쪽으로 다다르자 모든 게 달라진다. 한여름이 오기 전의 바다는 그렇게 우리를 맞는다. ‘당신들이 아는 바다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바다도 뜨거워지고 육지도 달궈지는 한여름이면 이렇지 않을 테다. 하지만 뭍과 바다의 온도차가 큰 늦봄의 바다는 안개가 주위를 휘감는다. 짙은 안개를 뚫어야만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에 이르러도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배가 뜨질 않는다. 안개는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가슴을 졸이게 하는 심술궂은 매력도 있다.

태안 신진도항에서 출항한 지 30분 정도 지나자 해무에 뒤덮여 흐릿하게 옹도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사자바위
유람선이 물살이 빨라지는 곳에 이르면 사람 코처럼 생긴 코바위를 볼 수 있다.
가의도를 지날 때 만나는 독립문 바위.
섬에 가기 위해 충남 태안을 찾았지만, 배가 출항하기 30분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오후 2시에 태안 신진도항에서 출항하는 안흥유람선을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무인도. 안개가 휘감은 바다만큼 신비감을 주는 존재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잠시라도 홀로 머무르는 것을 ‘버킷리스트’로 꼽을 누군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옹도는 40분이면 뭍에서 닿는 무인도다. 이곳을 주소지로 두고 거주하는 주민은 아무도 없다. 그저 한두 시간 머물며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이 섬의 외로움을 달래줄 전부다.

이마저도 불과 4년 전엔 없었다. 1907년 1월 서해안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곳에 등대가 세워진 뒤 106년간 등대지기만이 이 섬의 유일한 친구였다. 외부인을 받아들인 것이 2013년 6월이었다.

안개가 걷히자 태안 신진도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바다를 갈랐다. 30분 정도 지나자 해무에 뒤덮여 흐릿한 옹도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유람선에서 내리면 해발 80m에 불과한 섬 정상에 세워진 등대에 이르는 나무데크가 보인다. 면적은 0.17㎢, 둘레는 400m에 불과한 섬이다. 다른 곳으로 달리 갈 수도 없다. 데크가 유일하게 놓인 섬 안의 길이다.

옹도에 도착해 유람선에서 내리면 섬 정상에 세워진 등대에 이르는 나무데크가 보인다. 데크가 유일하게 놓인 섬 안의 길이다.
지금의 옹도등대는 2009년 완공된 것이다. 이전 등대는 허물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등대가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에 가리는 장애물 없이 사방으로 시야가 뻥 뚫린다. 전망대에서는 선착장 반대편 해안가를 내려다볼 수 있다. 푸른 풀밭과 이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여기에 기암이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크를 따라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숨을 잠시 고른다. 항아리같이 생긴 형상이어서 이름 붙은 옹도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는 곳이다.

연안을 벗어나면 서해도 바다색이 달라진다. 탁한 서해는 갯벌이 있는 연안 얘기다. 이를 벗어나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육지 방향인 동쪽을 보면 두 개의 섬이 보인다. 단도와 가의도다. 푸른 바다에 사이좋게 떠 있는 두 섬의 모습이 옹도처럼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다시 위로 향하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동백숲 터널로 조성된 계단길이고, 오른쪽은 잔디와 박석으로 조성된 길이다. 햇볕이 한여름 못지않아 자연스레 그늘로 향한다. 터널에 들어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반대편 끝의 밝은 빛이 보인다. 어둠 속 망망대해를 가르는 배가 보는 등대 불빛이 이렇게 느껴질 듯싶다.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 계단을 더 오르면 등대가 있는 광장이다. 지금 보는 등대는 2009년 완공된 것이다. 이전 등대는 새 등대를 지으며 허물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광장엔 옹도를 의미하는 옹기 형상을 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등대 주변으로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옹도에서 육지 방향인 동쪽을 보면 두 개의 섬이 보인다. 단도와 가의도다. 푸른 바다에 사이좋게 떠 있는 두 섬의 모습이 옹도처럼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다에서 배를 타면 갈매기들은 동행이 된다.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새우깡이 좋아서가 아닐까.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에 가리는 장애물 없이 사방으로 시야가 뻥 뚫린다. 전망대에서는 선착장 반대편 해안가를 내려다볼 수 있다. 푸른 풀밭과 이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여기에 기암이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옹도 등대까지 올라갔다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데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다시 유람선에 오른다. 여행객으로 한때 시끌벅적했던 무인도는 다시 고요함을 찾는다. 세 명의 등대지기만이 무인도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다.

신진도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1시간 정도 걸린다. 태안 앞바다에 떠 있는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들을 지난다. 옹도에서 바라본 가의도를 지나면 섬과 이어진 갯바위들을 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바위가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 독립문 바위로 불린다. 안쪽의 바위는 양쪽으로 돛을 펼친 돛대바위다. 이어 사자바위와 거북바위를 지나면 물살이 빨라지는 곳에 이른다. 흰 물결이 이는 곳으로 그 앞에 사람 코처럼 생긴 코바위가 있다. 단순히 승객을 태우는 여객선이 아니라 유람선이다. 옹도에 갈 때는 조용하던 안흥유람선 이기동 선장의 구수하면서 칼칼한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옹도(태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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