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해풍이 불어오면 쏴~아 모로누워 찌푸린 하늘을 달랜다

관련이슈 'W+'여행

입력 : 2017-06-22 15:06:20 수정 : 2017-06-22 15:06: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잘게 부서지는 모래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한여름 인파로 북적될 해수욕장이지만 아직은 한산하다. 바닷물도 아직은 차지만, 마음 급한 이들은 이미 물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동해가 속이 비치는 투명한 물로 여행객을 유혹한다면, 서해는 다양한 해안 풍경이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서해에서도 충남 태안은 다양한 해안의 모습을 품고 있는 곳이다. 그저 모래사장, 갯벌로만 태안의 해변을 설명하긴 힘들다.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모래언덕과 곰솔숲, 억새밭, 기암괴석까지 다양한 해안 풍경이 한곳에 모여 있다. 원유 유출 사고로 쓰라린 아픔을 겪은 때가 10년 전인 2007년이다. 자칫 사라질 수도 있었던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충남 태안은 다양한 해안의 모습을 품고 있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태안 신두리 사구는 갯그령과 통보리사초 등 잘 알지 못하는 식물부터 억새, 해당화 등이 한창이다. 사구 뒤편으로 람사르습지인 두웅습지가 있는데 사구 주변 동식물들이 마실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이 만든 조형물 신두리 사구

태안 신두리 사구는 이름 그대로 모래언덕이 있는 곳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 일대는 모래 해변이 매우 잘 발달해 있다. 모래만 있다고 사구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강한 바람이 필요하다. 태안은 겨울철 북서계절풍이 몰아친다. 해변에 있던 모래가 바닷물과 바람에 의해 내륙 쪽으로 이동해 모래언덕이 된다. 이 정도 모래언덕은 서해라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신두리 사구는 이 모래언덕이 바람에 날려 뒤편에 모래언덕을 또 만들었기에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 바다 쪽에 있는 모래언덕을 1차 사구, 1차 사구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언덕을 2차 사구라고 한다. 1차 사구에서 바람에 날린 모래들이 모여 언덕을 이뤘기에 2차 사구의 모래는 입자가 매우 곱다. 또 바다에서 육지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쌓이다 보니 2차 사구의 바다 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그 뒤편은 가파르다.
 
태안 신두리 사구의 바다 쪽에 있는 모래언덕을 1차 사구, 1차 사구 뒤편 모래언덕을 2차 사구라고 한다. 1차 사구에서 바람에 날린 모래들이 모여 언덕을 이뤘기에 2차 사구의 모래는 입자가 매우 곱다.
태안 신두리 사구의 2차 사구는 풀이 없고 모래만 온전히 쌓여 있다.
과거 사구 위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거나 모래 썰매를 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 된다. 천연기념물인 사구에 올라가는 관람객이 많아지면서 제 모습을 잃어갔다. 현재는 사구 주위에 설치된 나무데크와 1차와 2차 사구 사이에 조성된 산책로만 걸어야 한다.

모래가 쌓인 형태를 잘 보려면 이맘때보다는 겨울이 나을 듯싶다. 지금은 사구에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어 사구란 느낌이 안 든다. 그나마 2차 사구는 관리가 되고 있어 풀이 없고 모래만 온전히 쌓여 있다.

사구 뒤편으로 람사르습지인 두웅습지가 있다. 바다로 흘러야 할 민물이 사구에 막혀 습지가 된 것이다. 이 습지는 사구 주변 동식물들이 마실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모래만 있다면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습지가 있기에 모래뿐인 곳에 생명이 움틀 수 있었다. 갯그령과 통보리사초 등 잘 알지 못하는 식물부터 억새, 해당화 등이 지금 한창이다. 또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구멍이 파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명주잠자리 유충인 개미귀신이 파놓은 개미지옥이다. 신두리 사구를 걷다 해변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백사장이 3㎞에 이른다. 모래사장과 갯벌, 파도가 이루는 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신두리 사구의 산책로.
태안 해변에 핀 해당화.
신두리 사구를 걷다 해변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백사장이 3㎞에 이른다.

◆원치 않게 섬이 된 안면도

안면도는 섬이 아니라 육지였던 곳이다. 안면도 앞바다인 안흥량은 암초가 많고, 잦은 안개,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서 유속이 빠른 곳이다. 한양으로 공물을 나르던 선박들이 이곳에서 자주 좌초되자 안면도 안쪽 바다인 천수만을 통해 공물을 나르기로 하고, 안면도 북쪽인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에 운하를 건설했다. 물살이 센 안흥량을 피해 천수만을 통과한 뒤 운하를 거쳐 한양으로 가는 뱃길을 새로 냈다. 오직 정과 망치만으로 이룬 대역사인 셈이다. 당시가 조선 인조 때로 우리나라 최초로 운하가 조성되면서 안면도는 안면곶에서 섬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17세기에 건설된 운하로 안면도 주민들은 1970년 다리가 놓일 때까지 300여년 동안 배를 통해 육지를 오가야 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컸지만, 안면도는 뭍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섬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지금은 매력적인 장소로 다가온다. 역사의 아이러니일 듯싶다.
섬이 된 안면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꽃게다리.
안면도 삼봉과 기지포 해변 사이엔 운치 있는 곰솔숲이 조성돼 있다.

안면도의 매력은 다양한 특징이 있는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다른 해변까지 갈 수 있게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원하는 길을 거닐면서 해변을 즐길 수 있다.

안면도에 가장 유명한 곳은 할미 할아비 바위가 있는 꽃지해변이다. 통일신라 말 청해진에 주둔해 있던 장보고가 안면도에 승언이란 장군을 지휘관으로 파견했다. 장군은 부인 미도와 금실이 좋았는데, 장군이 원정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던 부인 미도는 바위가 됐고, 부인 바위 옆에 또 바위가 생겨나 두 바위를 ‘할미 할아비 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안면도에 가장 유명한 곳은 할미 할아비 바위가 있는 꽃지해변이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꽃지해변뿐 아니라 안면도에는 삼봉, 기지포, 두여, 방포, 샛별, 윤여, 바람아래 등 자신만의 특색 있는 해변이 많다.
안면도 기지포해변은 바다로 가는 길에 목책이 서 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성이 바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꽃지해변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주위에 삼봉, 기지포, 두여, 방포, 샛별, 윤여, 바람아래 등 자신만의 특색 있는 해변이 많다. 삼봉과 기지포 사이엔 운치 있는 곰솔숲이 조성돼 있다. 기지포해변은 바다로 가는 길에 목책이 서 있는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남성이 바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한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태안은 낭만적 해안여행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아 가족과 함께 쾌적한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