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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20년 넘는 불황에도 '불나방'처럼 창업에 뛰어드는 까닭은?

입력 : 2017-06-23 17:00:00 수정 : 2017-06-24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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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4)씨는 "개인이 창업해봐야 돈 되는 장사는 대부분 대기업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치고 들어온다"며 "이럴 경우 상당수 중소 영세사업자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2)씨는 "요즘 40살만 넘어도 웬만한데 취업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빚내어 장사하는 이들이 많다"며 "전문직이 아니라면 30대 중후반 넘으면 그냥 참고 회사 다녀라. 요즘 청년은 물론 중년층도 재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박모(50)씨는 "만약 최저시급이 1만원이 되면 일반물가는 안 오를 것 같냐"고 반문하며 "시급 1만원이 되면 자장면 7000원, 라면 5000원, 김밥 4000원 등 생활물가가 치솟을 것이다. 또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20년이 넘는 장기 불황으로 인해 청년층이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올 1분기 신설법인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멍가게 수준인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수도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불황이 빚어낸 기형적인 창업 열풍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설법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1350개) 증가한 2만5444개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청은 1분기와 3월 신설법인 수가 전년 대비 상승한 것에 대해 "수출·제조업 생산 증가 추세로 제조업 창업 증가가 크게 기여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불황이 빚어낸 '기형적인' 창업 열풍 어쩌나

하지만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올해 1분기의 경우 도·소매업 신설이 5167개로 가장 많은 전체의 20.3%에 달해, 고용시장 전반에서 갈 곳을 잃은 창업 수요가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자 연령을 살펴봐도 40대(9293개·36.6%) 법인 설립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50대(6668개·26.2%), 30대(5440개·21.4%)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모든 연령에서 법인 설립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5인 미만 영세사업체 수와 근로자도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사업자들의 생존률이 지극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조건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5인 미만 규모의 사업체는 2006년 270만개에서 2014년 310만개로, 약 40만개 순증가했다.

같은 기간 5~299인 사업체가 18만개, 300인 이상 사업체가 999개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할 경우 이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숙박음식점업 5년 생존률 17.3% 수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모든 산업에서 늘어났다.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급증했다. 이 두 산업은 여성 종사자의 비중이 높고 짧은 평균 근속기간, 낮은 기업 생존율을 보인다.

2015년 기준 전산업 평균 여성 비중은 41%인데 반해 도소매업은 44.9%, 숙박음식점업은 67%로 더 높았다. 반면 근속기간은 도소매업 4.49년, 숙박음식점업 1.68년으로 전산업 평균 5.16년에 못 미쳤다.

최근 전체적으로 기업의 생존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2015년 전기업 평균 5년 생존율은 27.3%인데 반해 도소매업은 24.3%, 숙박음식점업은 17.3%로 더 낮게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 측은 "5인 미만 사업체의 낮은 생존율은 임금근로자들이 장기근속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낮은 기업 생존율로 인한 고용불안 외에도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는 5인 이상 사업체들과 근본적인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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