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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대학가 성(性)범죄, 여론재판이 답이다?"

입력 : 2017-06-24 17:00:00 수정 : 2017-06-22 15: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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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25)씨는 "술김에 그랬다는 식으로 제발 술 핑계대지 마라. 가해자는 응당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이제 여성들도 목소리를 높이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는 "설령 신고해도 일명 ‘꽃뱀’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들었다"며 "대자보를 통한 폭로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주부 박모(39)씨는 "젊은 세대의 성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며 "학창시절 공부만 했지, 여성과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 이같은 성범죄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가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자보를 통해 폭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신고하는 대신 대자보로 공론화해 가해자를 포함한 전체 집단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어 이런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고대 학내 게시판에 잇따라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먼저 지난 12일 한 학과 게시판에 '성추행 가해 남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여자친구에게 감추기 위해 피해 여학생에게 잘못을 덮어씌웠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이 대자보에 따르면 남학생 A씨는 지난해 8월 말 여학생 B씨와 술을 마신 뒤 먼저 집에 간 B씨 집에 찾아가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B씨는 고민 끝에 다른 친구와 함께 이 사실을 A씨의 여자친구에게 알렸는데, 여자친구가 해명을 요구하자 A씨는 'B가 먼저 유혹했다'는 취지로 거짓말했다.

해당 학과 성평등대책위는 "이 사건 관련 유언비어가 심하다고 판단해 공론화한다"며 "피해자는 학생회 차원의 A씨 처벌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고 아닌 대자보 통해 공론화…전체 집단에 경종 울리는 효과

이달 13일 고대 다른 학과 게시판에는 '평소 여학우 얼굴·몸매 평가를 일삼던 남학생 2명이 한 여학생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고 항의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두 남학생이 여학생들 사이에 평판이 나빠지자 한 여학생 탓으로 몰며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해당 학과 여학생 일동은 "두 남학생은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게시하라"면서 "학교는 이들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건 피해자와 각 학과 학생회는 경찰이나 학교·언론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상을 규명한 뒤 학생 사회에 폭로하는 방법을 택했다.

최근 '성희롱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는 내용의 대자보. 연합
최근 대학가에서 이 같은 문제해결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 주요 대학에서 연속 폭로된 '남톡방(남자만 있는 카톡방) 여학우 성희롱'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톡방'에서 여학우들에 관한 음담패설이 오간다는 사실을 여학생들이 대자보로 폭로한 사태가 작년에만 △고려대(6월) △서울대(7월) △연세대(9월) 등에서 이어졌다.

◆목적·취지는 옳지만 여론재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3월 발생한 동성 학우 간 성추행 사건을 3개월간 자체 조사해, 이달 초 '진상조사 보고서'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들이 남몰래 경찰에 신고하거나 언론에 익명으로 제보하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피해자나 제3자의 신고·진정이나 고소·고발 등을 통해 사건화하는 게 아닌, 여성 내지 단체 등의 목소리를 통한 공론화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접근법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목적·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자력구제, 여론재판 방식을 통한 처벌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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