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은 백제 무왕 때인 639년 축조됐다. 석탑은 1300여년의 세월을 견뎌냈지만 상당 부분이 무너졌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는 석탑에 시멘트를 부어 붕괴를 막았다. 그렇게 한 세기를 더 버텼지만, 1998년 구조안전진단에서 석탑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1년부터 석탑을 해체하고 다시 쌓아올리는 보수정비를 시작했다.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석탑은 현재 4층 복원을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1월 석탑의 보수정비가 마무리된다. ① 미륵사지석탑의 해체 전 모습. ② 2015년 12월 1층 기둥석을 조립한 모습. ③ 4층 탑신받침석을 조립한 모습. 문화재청 제공 |
미륵사지석탑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석탑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됐다. 석탑은 돌로 쌓았지만, 구조가 목탑과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나무를 짜 맞추듯 수많은 돌덩이를 조립해 쌓았다. 석탑의 외부에 노출된 부재만 580여개이고, 내부의 돌까지 합치면 약 2800개에 달한다.
석탑 보수정비를 진행 중인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오랜 세월이 지나 돌들이 부서지거나 조각 난 경우가 많다”며 “조각난 돌들을 일일이 구조보강해 복원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륵사지석탑의 해체 전 모습. |
이 때문에 미륵사지석탑은 보수정비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석탑을 해체 전의 수준으로 되돌려놓는다는 입장이지만, 동탑지 주변에서 노반이 발견되자 석탑을 9층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5년 12월 1층 기둥석을 조립한 모습. |
이어 “해체 과정에서 7층 이상의 부재로 추정되는 돌이 나오지 않았다”며 “9층까지 복원할 경우 돌의 하중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륵사지석탑은 보수정비 과정에서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기존의 부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석탑의 보수정비 완료 후 사용된 옛 돌이 62∼6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부재는 옛 돌과 새 돌을 정교하게 합쳐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4층 탑신받침석을 조립한 모습. 문화재청 제공 |
보수정비 과정에는 현대기술도 적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석탑 내부 돌 사이에 채워진 흙을 교체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흙이 빗물 등에 씻겨내려가면, 빈 공간이 생기면서 탑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흙을 광물질과 모래, 황토 등을 섞은 무기질 재료로 대체했다. 이는 기존의 흙과 유사해 자연친화적이면서 쉽게 유실되지 않는다.
석탑은 1998년 보수정비를 시작한 지 20여년 만인 올해 하반기 다시 태어난다. 김 학예연구사는 “미륵사지석탑의 해체와 복원은 건축문화재의 수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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