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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황소개구리①] 공생 모르는 '포식자' 직방

입력 : 2017-06-24 09:00:00 수정 : 2017-06-24 09: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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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고사 위기 내몰려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직방이 매물정보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생태계가 고사(枯死) 직전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방은 부동산 앱 점유율 60%(닐슨코리안클릭 순방문자 수 기준)가 넘는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불과 2년 만에 광고비를 최대 2배 이상으로 올렸으며, 현재 연간 최대 1100만원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업의 공인중개사들은 가히 살인적인 광고비 탓에 힘겨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직방 이용자들은 허위매물로 인해 번번이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아울러 직방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으며, 타사의 매물정보를 무단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던 직방은 어느덧 생태계를 위협하는 '황소개구리'가 되어 버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 생태계를 교란하는 직방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봤습니다.

지난 2014년 5월 네이버는 부동산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그동안 직접 운영해 온 부동산 자체 매물정보가 아닌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등 정보제공 업체의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했다. 당시 네이버의 부동산 사업 철수는 중소업계와 ‘공생(共生)’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였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부동산 정보 제공 생태계에는 일대 변화가 이루어졌다. 정보제공 업체들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정보를 제공했고, 공인중개사들도 비교적 싼 광고비로 정보제공 업체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동시 올리면서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직방, 네이버 떠난 부동산 정보 제공 생태계 사실상 장악

그러나 최근 직방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은 다시 재편됐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직방은 주원과 설현, 서강준 등 톱스타를 내세운 TV CF에 막대한 광고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시장을 장악해갔다.

통계분석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앱 방문자 수 기준 직방의 시장 점유율은 63.43%다. 다방은 21.35%이며, 네이버 부동산이 14.15%로 뒤를 잇는다. 방콜 등 중소업체의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처럼 여겨지는 요즘 부동산 매물 정보도 앱으로 확인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직방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직방과 같이 앱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인 다방과 합치면 점유율이 85%에 육박해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

직방이 막대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상당수 공인중개사들의 매물 정보를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정보를 빼앗긴 전통의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은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도 그간의 노하우와 정보력 등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직방 측의 공세가 워낙 강해 경영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 중이다. 실제로 한 업체는 경영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현재 직원이 10여명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방과 다방이 시장을 80%가량 잠식했다지만 체감 점유율은 90%가 넘는다"고 토로했다.

◆외국계 자본으로 무장한 직방, 아파트와 매매정보 시장까지 외연 확대

직방의 몸집 불리기는 이 회사의 주요한 주주인 외국계 자본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O2O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발 빠르게 대처해온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5년 12월 컨소시엄을 꾸려 직방에 3300만달러(한화 약 38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투자를 진행한 골드만삭스의 이재현 한국 투자책임은 "직방은 한국의 첨단 모바일 인프라와 온라인 소비문화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기에 투자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직방이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전자상거래에서 선두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에도 36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한 사실을 고려하면, 지난해 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직방의 독점 경쟁력과 부동산 중개시장의 잠재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직방은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수혈'받은 자본을 바탕으로 원룸과 오피스텔의 전·월세 정보에서 벗어나 아파트와 매매정보 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이런 여파로 머지않아 기존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의 고객까지 대부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직방은 공인중개사의 매물 정보만 제공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 매물은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수집해 제공하고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은 직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아파트 매물을 살펴본 스마트폰 화면.
여기서 한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외국계 투자자본의 특성이다. 보통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보다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많다. 

특히 골드만삭스 PIA(Principle Investment Area·자기자본투자그룹)는 과거 케이블 사업자인 씨앤엠(C&M)에 14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한 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펀드 컨소시엄에 팔아 3년여 만에 원금의 6배 가량인 7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은 전례가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직방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 '직방의 몸집 키우기→상장→골드만삭스의 투자금 회수'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은 연간 매출과 순이익 등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직방의 매출은 275억5000만원으로, 2015년 120억9300만원 대비 두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직방의 일부 상품 광고비는 50% 가까이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최대 2배 이상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광고비 인상이 매출의 상승을 견인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직방 측은 "회원 중개사가 전년 대비 40%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부인했다.

직방 관계자는 또 “상장 가능성을 열어 두곤 있다”면서도 “이는 적어도 몇 년 후이며, 현재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매물시장 장악 후 추가 광고비 인상 가능성도 점쳐져

업계에서는 직방이 거래 대금이 큰 아파트 매매정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한 뒤 추가로 광고비를 올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해 광고비 인상 등으로 1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아직 기업공개 등을 위한 안정적인 재무제표와 거리가 먼 상태라 이런 관측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직방은 부동산 정보제공 업계의 50% 이상을 장악한 사실상의 독과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공인중개사를 회원으로 추가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광고비 인상과 허위매물 논란 등에 휩싸여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인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직방에 휘둘리면서 공멸할 위기에 내몰렸다"며 "기존 업체들이 가진 정보의 다양성이 앞으로 희석돼 질적 하락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방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안심중개사 즐겨찾기' 서비스를 실행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직방 홈페이지·공식블로그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직방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출시한 아파트 매물정보 시장은 아직 제대로 안착했다고 보긴 어렵고, (현재 이렇다 할) 수익화 모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올해까지 시장 반응과 추이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밝혀 조만간 아파트 매물광고 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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