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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슈퍼 투스칸과 그랑크뤼에 낚이지 마세요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6-24 06:00:00 수정 : 2017-06-23 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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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투스칸의 절대 강자 오르넬라이아 “슈퍼 투스칸(Super Tuscan)과 그랑크뤼(Grand Cru)에 절대 낚이지 말라”. 와인업계의 격언중 하나랍니다.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이 유명해지다보니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을 사용해서 비슷한 블렌딩로 만든 저품질의 ‘무니만 슈퍼 투스칸’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죠. 따라서 생산자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보르도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인 그랑크뤼 와인도 마찬가지에요. 반드시 ‘그랑크뤼 클라세’라고 적혀있어야 진짜 그랑크뤼 와인이랍니다.

그렇다면 슈퍼 투스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탈리아 와인의 품종을 다 알려고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얘기가 있답니다. 실제 이탈리아 와인에 쓰이는 토착 품종만 350종이 넘기 때문에 품종을 다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레드 품종은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바르베라 등인데 모두 산미가 매우 강해요.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들은 이런 토착 포도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전통적으로 오크를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때문에 오크 풍미가 약한 슬로베니아산 큰 오크통 보떼(Botte)를 많이 사용합니다. 

보통 오크 숙성하면 바닐라, 견과류, 쵸콜릿 향 등을 얻게 되는데 3000~4000ℓ에서 크게는 1만ℓ짜리 오크통을 써서 이런 향을 최대한 억제하는 거죠. 통이 클수록 오크향의 영향을 덜 받기때문입니다. 오크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와인이 좀더 많은 산소와 접촉해서 맛있게 변해가는 것을 기대하고 이런 대형 오크통을 사용한다는 군요. 반면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228ℓ 크기의 작은 오크통을 사용해 오크향과 포도를 버무립니다.

중요한 점은 이탈리아 와인은 토착품종을 사용해야 이탈리아 원산지통제규정인 DOCG와 DOC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의 품종 등을 쓰면 이 보다 낮은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나 테이블급 와인인 VdT(Vino da Tavola) 등급으로 떨어지죠. 이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전통방식을 깨고 국제 품종으로 만든 프리미엄 와인이 바로 슈퍼 투스칸 와인입니다. 이탈리아를 대변하는 와인산지가 투스카나(Toscana)인데 투스카나를 뛰어넘은 와인이라는 뜻이죠. 산지오베제를 위주로 만드는 전통적인 투스카나 와인과는 달리 슈퍼 투스칸은 국제품종을 이용해 부르고뉴보다 작은 225ℓ 오크통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빚어집니다.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와 안티노리(Antinori)의 노력으로 1968년 최초의 슈퍼투스칸 사시까이아(Sassicaia)가 탄생했고 이어 티냐넬로(Tignanello),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루체(Luce), 프로미스(Promiss) 등 슈퍼투스칸이 이어지면 이탈리아 와인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슈퍼 투스칸의 고향은 투스카나 서쪽 해안가 볼게리(Bolgheri)인데 슈퍼 투스칸이 유명해지면서 이곳은 1983년 볼게로 DOC 등급으로 승격됩니다. 투스카나는 이탈리아에서 3번째로 큰 와인 생산 지역인데 투스카나의 끼안띠와 끼안띠 클라시코 지역이 생산량의 70%를 차지합니다. 볼게리는 1.7%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슈퍼 투스칸 와인으로 고급 이탈리아 와인의 생산지로 자리매김했답니다. 2000년 22명에 불과하던 생산자는 2015년 53명으로 증가하며 이탈리아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1981년에 설립된 오르넬라이아는 1985년에 첫빈티지를 선보였을 정도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와인명가 안티노리의 로도비코 안티노리(Lodovico Antinori) 후작이 세운 와이너리로 명가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사시까이아, 구아도 알 타소와 함께 볼게리 3대 슈퍼투스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1385년부터 와인을 빚은 안티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답니다. 오르넬라이아는 이후 와인 명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강렬함과 우아함이 잘 조화된 슈퍼 투스칸의 절대 강자로 거듭납니다. 2001년 ‘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가 오르넬라이아를 사들였고 2005년부터는 700년 역사를 간직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프레스코발디 가문이 오르넬라이아를 빚고 있습니다.

영국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소더비 자선 경매에서 9ℓ 보틀(살마나자르·Salmanazar)이 8만파운드(약 1억16000만원)에 낙찰돼 가장 비싸게 팔린 이탈리아 와인으로 기록됐죠. 또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01년 올해의 와인’ 1위에 선정됐으며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평균 94점을 받을 정도로 일정한 품질을 잘 유지하고 있답니다. 오르넬라이아는 포도밭 규모에 비해 생산량이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보다 적답니다. 포도 한그루 당 생산량을 제한해 응축미가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르넬라이아 2014년 빈티지는 지난 5월 전세계적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오르넬라이아는 2006 빈티지부터 와인메이커가 그해 빈티지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표제어를 제시하면 선정된 아티스티가 보틀 레이블을 제작해 한정판 보틀을 내놓고 있답니다. 오르넬라이아 2014 빈티지의 표제어는 L’Essenza(본질)이며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 얼네스트 네토(Ernesto Neto)가 레이블을 제작했습니다. 2014년은 다소 어려운 기후였음에도 명작을 빚어내는 정교한 장인 정신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얼네스트 네토는 자연현상과 과학에 대한 몽환적인 접근으로 유명한 작가로 현대 미술관 리움 개관때 전시돼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오르넬라이아는 다양한 레인지를 생산하고 있는데 1991년 첫 빈티지가 나온 레볼테(Le Volte)는 심플하면서도 과실의 풍부함과 산도를 잘살려 영한 빈티지라도 바로 편하게 즐길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2015 빈티지는 메를로 67%, 산지오베제 25%, 카베르네 소비뇽 13%를 섞어 2014 빈티지보다 산지오베제 비율이 좀 늘었습니다. 과육이 꽉찬 느낌으로 음식과도 매칭이 잘되는 음식 친화적인 와인입니다. 2∼4년동안 사용안 오크에서 10개월 숙성합니다. 검은 베리류와 바이올렛, 은은한 스파이스의 향이 매우 조화롭고 복합적인 풍미를 보여줍니다. 여운도 길게 이어지는 편입니다.

레 세레 누오베(Le Serre Nuove)는 오르넬라이아의 어린 수령 포도나무 포도로 만든 세컨 와인으로 후추향과 발사믹향이 특징입니다. 2014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34%, 메를로 50%, 카베르네 프랑 9%가 블렌딩됐습니다. 시음 적기의 오르넬리아에 좀 밀리기 하지만 나름 입안을 꽉 채우는 질감과 풍부한 향이 오르넬라이아 못지않습니다. 오히려 영한 오르넬라이아를 넘어서는 모습도 보여주네요. 25%는 새오크, 75%는 사용한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하고 병입 후에도 6개월 병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잘 익은 야생 베리와 달콤한 바이올렛의 아로마에 은은한 스파이스향이 곁들여집니다. 2014빈티지와 2007빈티지는 전세계에서 싹쓸이해 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빈티지입니다. 2014년은 기후가 선선한 빈티지로 보르도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로 빚어졌습니다. 잘 조이는 탄닌감과 균형잡힌 산도, 신선하면서 은은하고 우아하게 퍼지는 과일향 특징입니다. 2007은 따뜻한 기후였는데 통통한 볼륨감의 과일 풍미가 더 우아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보여줍니다.

오르넬라이아 2014는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로 마실 적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느낌을 주며 앞으로 숙성이 진행되면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34%, 메를로 32%, 카베르네 프랑 14%, 쁘띠 베르도 20%가 블렌딩됐습니다.

강렬함 보다 우아함이 잘 표현됐습니다. 높은 밀도가 느껴지며 풍성한 구조감 뒤에 신선한 느낌의 산미가 잘 뒷받침되고 있네요. 2014년은 따뜻하고 습한 겨울과 봄이 이어져서 곰팡이 피해나 포도나무의 빠른 생장으로 어려움을 겪은 해였다는 군요. 이때문에 오르넬라이아는 여름동안 적절하고 조심스러운 캐노피 매니지먼트(Canopy Management)에 집중했고 청명한 가을 덕분에 포도가 아주 천천히 익어서 복합적이고 우아한 특징을 지니게 됐습니다. 

오르넬라이아 2010은 이제 열리기 시작한 상황이라 슈퍼 투스칸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내는군요. 카베르네 소비뇽 53% , 메를로 39% , 카베르네 프랑 4%, 쁘띠 베르도 4%로 이뤄졌습니다. 2010 빈티지는 선선한 날씨가 유지되어 수확 시기가 매우 늦었고 오르넬라이아 중 가장 우아한 빈티지로 꼽힌답니다. 또 2010 빈티지는 오르넬라이아의 25주년을 기념하는 빈티지로 병의 레이블과 디자인이 특별히 제작됐습니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강렬한 과일 풍미, 스파이스한 미감이 인상적이네요. 묵직한 볼륨감과 깊이감도 느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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