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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 “미래 먹거리 생명산업… 실업·양극화 해결할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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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4 17:00:00 수정 : 2017-06-24 15: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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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군수’로 유명한 이학렬 前 고성군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생명산업을 중심으로 5차 산업혁명을 해야 합니다. 생명산업을 통해 실업과 양극화는 물론 부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남 고성군 하면 ‘공룡’과 ‘생명환경농업’이 떠오른다. 고성군은 2006년 공룡세계엑스포를 개최해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공룡세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공룡군수’로 널리 알려진 이학렬 전 고성군수를 19일 만났다.

이 전 군수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군인이면서 대학교수를 할 수 있는 교육병과를 택했다. 소위 때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해 학·석사를 받았으며 텍사스주립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역임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고성군수를 세 번이나 지냈다. 군수로 재직할 때 개최한 공룡세계엑스포를 통해 공룡을 고성의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고성군을 조선산업특구로 지정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때 인구 13만7000명의 고성군은 42년 동안 내리막을 타면서 5만5000명이 무너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전 군수의 지역 살리기 정책과 공룡엑스포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43년 만에 인구가 3000명이 늘어나는 기적을 일궈내기도 했다. 지도자의 정책결정에 따라 지역이 발전하는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지만 군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농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기반을 이루는 농업을 살려달라는 농민들의 절규를 무시할 수 없었던 이 전 군수는 농업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관생도와 교수를 지내면서 몸에 밴 학구열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기본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처럼 됐다. 그는 농업 전문서적을 보면서 기존 농업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자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농업을 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농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농촌현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경쟁력 있는 농업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용은 기존 농사보다 2∼3배 비싸면서 수확이 적은 친환경농업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농업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듣고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생명환경농업이었다. 이 농법은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농민들이 직접 만든 미생물과 한방영양제, 천혜녹즙, 천연농약 등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다. 막상 이 농법을 도입하려고 하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명환경농업 도입을 망설이고 있을 때 공룡세계엑스포 대장을 지낸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오늘날 일본 농산물이 고급화된 것이 미생물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생명환경농업 도입을 결정하자 주변에서는 “교수 출신 군수가 농업을 아느냐”, “농약 없이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는 등 불만과 불신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민간이 아닌 관 차원에서 처음으로 생명환경농업을 과감하게 시작했다. 이 농법은 친환경농업의 문제점인 ‘고비용, 저수확’을 ‘저비용, 다수확’으로 바꾼 것으로 농업분야의 혁명이었다. 그는 쌀농사에서 축산분야까지 넓혀 5년 동안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처음 163ha의 면적에서 시작한 생명환경농업은 600ha까지 늘어났다. 그가 군수직에서 물러난 현재 고성군의 420ha의 면적에서 생명환경농업으로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학렬 전 경남 고성군수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노동시장의 붕괴를 가져오는 4차 산업혁명 대신 생명환경농업과 같은 생명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생명산업은 블루오션으로 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는 5차 산업혁명은 미생물, 동물, 식물, 곤충, 종자, 유전자, 기능성 식품, 환경, 물 등 생명과 관련이 있는 LT(Life Technology·생명산업)를 주력산업으로 한다. 그는 “생명환경농업과 같은 LT산업을 적극 발전시켜야 한다”며 “두뇌와 손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부의 고른 분배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5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는 사례가 있다. 바로 1963년 시작된 산아제한운동이다. 당시 정부는 출산율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2063년이 되면 인구 6억명을 돌파해 먹고살 곳이 없어진다며 강력하게 산아제한운동을 전개했다. 전문가들도 무조건적으로 이 운동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홍보에 동원됐다. 누구 하나 이 산아제한의 문제점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그 결과 1.13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가 됐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마치 만능인 것처럼 몰고 가는 사회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인간성 상실을 불러 온다”며 “생명환경농업 등이 포함된 생명산업으로 5차 산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장점은 살려야 하지만 문제점은 반드시 짚어 보고 보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처럼 장점만 부각되고 문제점을 무시한다면 제2의 산아제한운동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명산업은 대부분 미개척 분야여서 개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생명산업을 주력으로 한 5차 산업혁명을 하면 부의 균형과 인간성 회복은 더불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농약 부작용 등으로 인해 1년에 3500여명이 사망한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기존 농업의 틀을 벗어나야 합니다. 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이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농약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명환경농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기존 농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막 쏟아진다고 말한다. 현재 농업장비를 생명환경농업에 적합한 것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ha 규모의 면적에 생명환경농업을 짓기 위해서는 4명의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국 160만ha의 농경지에서 새 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선 60만명의 인원이 필요해 정책 하나로 최소 6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생명환경농업에 필요한 미생물과 천연농약 등을 생산하는 데 일자리가 생기며 전국 논밭에 만들어 놓은 용수로와 배수로의 시멘트 바닥을 흙바닥으로 바꾸는 사업에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밀폐형 축산을 개방형 생명환경축산으로 바꾸면 여기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고질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재 축산 시설은 공장이지 축산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명환경축산은 옛날 방식의 축산을 체계화하고 과학화한 것이라고 말한다. 축산 시설의 시멘트 바닥을 걷어내고 맨땅에 미생물을 깔아주고 햇볕과 바람이 통하게 하면 된다고 한다. 생명환경축산으로 동물을 키우면 축분 시설이 필요 없어 시골의 악취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설물을 미생물과 섞으면 곧바로 발효돼 악취 대신 누룩 냄새만 난다고 한다. AI 등은 밀폐된 축산 시설에서 동물들이 움직이지 못하면서 저항력이 떨어져 생기는 것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대책을 찾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생명환경농업은 농업을 천시하는 고정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농업을 신산업으로 만들어 고급 일자리가 생긴다. 화학비료나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지구환경을 살리는 효과를 거둔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농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져 자립형 농업이 실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는 생명환경농업의 큰 장점은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에서 농약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알렸듯이 농약의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5년 동안 직접 농사를 지면서 농민들이 생명환경농업에 만족하는 것을 체험했다. 농민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우선 농사짓기가 편해졌다며 선호했다.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수확은 늘어나고 비싸게 판매되는 점에 엄지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농약 살포로 인한 농약을 마시지 않는 것에 안심한다고 했다.

그는 생명산업의 핵심 중 하나가 빗물이라고 한다. 빗물을 제대로 관리하면 현재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뭄과 여름철 홍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류지역에서 빗물을 모아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천천히 흐르게 하면 고질적인 가뭄과 홍수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처럼 빗물이 하류로 빠르게 흘러가게 하는 것은 빗물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빗물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생명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생명산업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보건복지부·해양수산부·미래창조과학부·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생명산업 분야를 생명산업부에 통합 관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 전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은 블루오션입니다. 농업이 경쟁력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뛰어든다면 직업으로서 진로는 좋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20대 젊은이라면 생명환경농업에 인생을 걸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생명산업부를 만들어 생명산업을 키우겠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취업난에 고생하는 젊은이들이 폭발적으로 뛰어들 거라고 했다. 그래서 정부의 미래 통찰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생명산업을 근간으로 한 5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담은 저서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을 영어와 중국어로 펴낼 계획이다. 생명산업이 지구환경을 살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생명환경농업을 중심으로 한 생명산업을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아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년실업과 부의 불균형, 인간성 상실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인 생명산업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이학렬은
△1952년 경남 고성 출생 △해군사관학교·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사,석사·미국 텍사스주립대 공학박사 △해군사관학교 교수·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수 △고성군수(민선 3,4,5대) △고성공룡세계엑스포 조직위원장(1,2,3회) △미국 네이비메달 수상 △제1회 자랑스런 해사인상 수상 △제1회 다산목민대상 본상 수상 △공룡군수·나의 도전,나의 변신·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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