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이대 비리사건은 국민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겼다. 최 전 총장은 최씨가 2015학년도 체육 특기자 선발 과정에 정씨를 합격시켜 달라고 부탁을 하자 교수들에게 “무조건 뽑으라”고 지시했다. 남궁 전 입학처장은 규정을 어기고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고 면접장에 들어가게 했다. 정씨는 입학 후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받았다. 비선실세의 딸 한 명을 위해 총장과 교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특혜 당사자인 정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덴마크 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날에는 “전공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르고,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어머니가 모두 꾸민 일로 떠넘긴 것이다. 검찰이 두 차례 영장을 청구했으나 최씨가 구속된 데다 24개월 된 아들 양육 문제 등이 참작돼 구속은 면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날 정씨의 학사비리 공모를 인정해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혜를 준 총장과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돼 모두 유죄를 받은 마당에 정작 당사자가 구속을 면한 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검찰의 철저한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삼성 뇌물사건 등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처음 검찰에 출석했을 때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울먹였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된 뒤로는 “정확한 걸 밝혀야 한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고 단죄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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