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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제 판사들마저 집단행동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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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3 23:44:32 수정 : 2017-06-23 23: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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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법관회의 결론을 놓고 법원이 둘로 갈라져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판사들만 접속할 수 있는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들까지 올려지고 있다. 판사들이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건 1988년 제2차 사법파동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사법부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개혁방안 논의 움직임에 과민반응해 화를 불렀다. 지난 3월 법원행정처 간부가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발단이 됐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들을 명단으로 만들어 관리했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사태가 커졌다. 대법원 조사결과 일부 부당한 압력이 확인됐으나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에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3명도 참여했다. 그런데도 판사들은 믿지 못하겠다면서 반발해 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열린 게 법관회의다. 전국 법관대표 98명이 참석한 법관회의에서는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등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결정됐다. 판사들은 조사를 직접 하겠다면서 양 대법원장에게 조사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료 제출과 컴퓨터 및 저장 매체에 대한 증거보전 요구까지 있었다.

법관회의 공정성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미리 준비한 안건을 추인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법관 대표 100명 중 40명가량이 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었다. 회의 직후 사퇴한 설민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법원은 이게 아닌데 최악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법관회의로 수습의 계기를 찾기는커녕 사태만 더욱 꼬인 것이다.

사법부 개혁은 필요하다. 대법원장의 지나친 권한과 판사 관료화, 법원행정처 비대화 등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그렇다고 판사들이 집단으로 지도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사법부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판결로써 해결하는 판사들이 내부 문제조차 자체 해소하지 못하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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