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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청소년들, 춤의 기교보다 문화로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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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4 09:00:00 수정 : 2017-06-23 2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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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잉 길라잡이 ‘소울헌터즈’ 문원진 대표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그 춤이 좋아 중학교 때부터 삼삼오오 모여 즐기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았던 이들이 있다. 전북 전주의 비보이(B-boy)들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비보잉(B-boing)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이 새로운 꿈과 비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전북을 대표하는 세계적 비보이 팀 ‘소울헌터즈(Soul hunterz)’ 이야기다.
23일 전주시 금암동 ‘소울헌터즈 아카데미’에서 문원진 대표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3일 저녁 전주시 금암동 전북사대부고 인근 상가 빌딩에 자리한 ‘소울헌터즈 아카데미’를 찾았다. 연습실 2실과 미디어DJ실 등을 갖춘 200㎡ 규모의 아카데미는 소울헌터즈 멤버들의 활동거점이자 세계적 비보이를 향한 청소년들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는 댄스 학원이다.

커다란 거울을 마주보고 비트가 빠른 음악에 맞춰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진감 넘치는 동작을 소화하고 있는 수강생들의 열기는 때 이른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수강생은 앳된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틈새를 부지런히 오가며 동작을 지도하고 있는 문원진(28) 대표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공연예술처럼 비보잉도 튼튼한 기초가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음악과 한 몸이 돼 자연스레 춤의 물결을 탈 수 있고, 나중에 다른 장르와도 결합해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갈 수 있거든요.”

통통한 체격에 스냅백(Snapback)을 쓴 그의 모습은 조금 전 강습 시범을 보지 않았더라면 비보이인지 의심했을 정도다. 소울헌터즈 리더이기도 한 문 대표는 2015년 팀원들과 함께 아카데미를 열어 청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 수강생은 고교나 대학 실용무용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여성인 ‘비걸(b-girl)’들도 절반 가까이 되고, 대학생들과 30∼40대 직장인도 즐겨 찾고 있다.

프로그램은 각급 학교 입시에 맞춰 비보잉뿐 아니라 힙합, 팝핑, 재즈댄스, 방송안무, 기초댄스 등 스트리트 댄스 전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비보이로 진학할 수 있는 국내 대학은 50여 곳이다. 이곳 아카데미에서는 매년 4∼5명의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문 대표는 “비보잉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1990년대만 해도 현란한 기술을 우선으로 꼽고 배틀대회 우승 여부를 따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문화중심으로 바뀌어 다 같이 어울려 춤으로 즐기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03년 ‘전북 비보이 1번지’인 전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비보잉과 인연을 맺고 3년 뒤 결성한 소울헌터즈 핵심 멤버가 됐다. 그의 팀은 2009년 5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비보이 축제인 ‘사이언 비보이 챔피언십 2009’에서 8강에 올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팀은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비보이게임 등 세계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문 대표는 비보이 중주국에서 벌어진 ‘2014 뉴욕 레전드 비보이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 힙합의 대가 링고(ringo)가 스스로 아카데미를 찾아 워크숍(특강)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비보이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음악을 듣고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기에 리듬과 기본기만 익히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전북을 대표하는 세계적 비보이 팀 ‘소울헌터즈(Soul hunterz)’

소울헌터즈 멤버들이 처음 비보잉을 접할 때만 해도 부모들이 춤을 추지 말라고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불량한 스타일에 장래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요즘 비보잉은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세계적인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부모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아카데미에 등록할 정도다.

배병엽(33)씨는 문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다. 문 대표보다 앞서 전주청소년문화의집을 거친 배씨는 전주가 낳은 세계 정상급 비보이 그룹 ‘라스트포원(Last For One)’ 원년 멤버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이 팀에 합류했다. 2005년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11년 프랑스에서 열린 ‘운베스티(Unvsti)배틀’ 정상까지 국내외 대회에서 30여 차례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문하생 대부분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비걸링으로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는 전지예(고3)양은 지난 4월 부천에서 열린 전국비보이대회 ‘밤 잼(Bomb Jam)’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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