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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비뚤어진 모정이 딸도 공범 만들어” 꾸짖은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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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3 18:57:29 수정 : 2017-06-23 23: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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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비리’ 관련자 전원 유죄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이라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자신이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 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1956년 6월23일 태어난 최씨는 이날 만 61번째 생일, 진갑(進甲)을 맞았다. 징역 3년을 선고한 김 부장판사가 “사문서위조 등 무죄가 난 일부 혐의를 법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공시하고 싶냐”고 물었으나 최씨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이화여대 학사비리 다른 관계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나란히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된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과 김경숙(62)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역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남궁곤(56) 전 이대 입학처장은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면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인성(54) 이대 교수의 지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공판은 재판장과 주요 피고인이 모두 여성인 점이 눈길을 끌었다.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김 부장판사는 최씨와 딸 정유라(21)씨 모녀를 향해 “그릇된 특혜의식이 엿보인다”며 “누구든 노력하면 상응하는 결과를 얻으리란 믿음 대신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고 질타했다. 정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문구를 인용해 모녀를 꾸짖은 것이다.

입시비리와 학사특혜를 주도한 최 전 총장 등을 향해선 “사회 유력인사 딸이 지원한 것을 알고 공명정대한 학사관리를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렸다”며 “대학에 대한 신뢰를 허물어뜨리고, 최선을 다해 교과목을 수강한 뒤 공정한 평가를 기대했던 수강생들한테 허탈감과 배신감만 안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유라 부정 입학’ 공모 3인방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1심 선고가 내려진 23일 핵심 피고인인 최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왼쪽부터)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법원이 정씨를 이대 학사비리 공범으로 인정함에 따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간 정씨는 “엄마가 다 알아서 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모든 책임을 최씨에게 떠넘기는 전략으로 두 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했다. 그런데 학점 특혜 등을 받는 과정에 정씨 본인이 깊이 관여한 사실을 재판부가 인정함에 따라 정씨의 주장은 거짓말로 판명났다. 정씨는 ‘내가 할 일은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쓴 편지를 지인한테 보낸 사실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인정이나 법리적 문제가 있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씨가 덴마크 정부의 정씨 국내송환 결정 직후 검찰에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1차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최씨의 태도가 돌변해 협조 의사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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