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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사법개혁’ 국민 기대에 찬물 끼얹는 법원의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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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3 19:58:38 수정 : 2017-06-23 19: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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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도 익명이란 이름 뒤에 숨으면 일반 네티즌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네요.”

재경지법의 A부장판사는 23일 최근 법원 내 갈등 양상을 지켜보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판사가 적지 않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을 계기로 공론화한 법원 내 사법개혁 논의가 자칫하다 국민 신뢰를 바닥나게 할까봐 염려하는 눈치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실제 지난 19일 전국의 판사 대표자 100명이 모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조사와 관련자 문책’,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등의 요구사항을 의결한 전국법관회의 직후 법원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 판사를 거칠게 비난하는 등 ‘내가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식으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글까지 잇따랐다. 법관대표회의 당시 ‘(요구사항들은) 중요한 문제이니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가 해당 게시판에서 공개적인 비난을 받은 B부장판사는 사직까지 고려할 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성에 기대 양승태 대법원장 등 고위 판사들을 대놓고 조롱하거나 당장 물러나라고 하는 글들도 있다. 자신의 일방적 주장과 불만, 분노를 가감없이 배설하는 온라인상의 댓글 마당을 방불케 하는 행태가 사법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판사는 “일부 성급한 판사가 건전한 토론으로 반대의견도 설득하려는 자세 대신 적대시하고 몰아붙이는 분위기를 조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건과 다툼의 실체, 진실에 최대한 접근한 뒤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할 사람들이 정작 내부 문제를 놓고는 서로 불신하며 일각의 의혹 제기와 음모론에 쉽게 흥분하는 장면도 보기가 안쓰럽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러다간 사법부가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 분산과 관료화 타파 등 혁신은커녕 만신창이 신세가 될 수 있다.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판사들답게 지혜로운 해법을 찾길 바란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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