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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6·25전쟁, 그날의 태극기를 들여다보니

입력 : 2017-06-25 09:00:00 수정 : 2017-06-25 14: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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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평양시청에 게양됐던 태극기. 전쟁기념관은 지난 5월 태극기를 대중에 공개했다.

지난 5월 서울 전쟁기념관이 6·25전쟁 당시 평양시청에 게양한 태극기를 공개했다. 육군 제 1군단이 기증한 이 태극기는 6개월간의 복원작업을 거쳐 당시의 모습으로 부활했다.

대한민국 6·25 참전 유공자회의 증언록에 따르면 참전군인인 김주찬씨는 1950년 10월 19일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가 게양되던 순간을 목격했다. 그는 “적들이 퇴각하자 일부지하에 숨어있는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나와 하늘높이 만세를 불렀다”면서 “동료들은 중앙 정부건물에 태극기를 올리고 승리의 깃발을 날렸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비행장에서 적 트럭한대가 국군이 진격해오는 걸 모르다가 우리 선봉대가 태극기를 흔들면서 뛰어다가가자 차를 버리고 투항했다”며 “환호성이 주변에 울려퍼졌다”고 ‘승리’의 순간을 태극기와 함께 기억했다.
 
6·25 당시 학도병 '태극단'이 사용했던 태극기(왼쪽)와 최초의 여성 해병 장부현이 둘렀던 태극기. 

6·25 당시 학도병들은 태극기에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새겼다.

경기권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태극단’은 6·25 전쟁 발발부터 서울 수복 때까지 북한군에 맞서 싸우며 비정규군으로 활동했다. 그들은 ‘대한민국만세, 남북통일 태극단, 결사적전맹서’등 의지를 다지는 문구와 구성원 이름을 태극기에 담아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했다.

지난 21일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제주지역 학도병들의 승리의 염원을 담은 태극기가 제주교육박물관에 공개됐다. 이 태극기에도 ‘정의필승(正義必勝)’, ‘대한여성의 이름을 세계에 빛내라’, ‘태극기 가는 곳에 정의는 승리한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1950년 8월 21일 최초의 여군 해병 장부현은 입대당시 부대원들의 의지가 담긴 태극기를 어깨에 둘렀다. 역시 이 태극기에도 Victory(승리), 용감히 나가라, 백두산봉에 태극기 휘날릴 때 까지 등 부대원들의 의지가 새겨져 있다. 

이 태극기들은 직접 그려 전체적인 모양은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새겨진 글씨에는 담겨져 있는 힘은 어떤 그림보다 결연해 보였다.
 
참전 용사인 로버트 솔로트가 기증한 피묻은 태극기

일부 참전군인들은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1953년 1월쯤 참전 용사인 로버트 솔로트는 부상당한 한 국군 병사를 치료했다. 그 병사는 감사의 표시로 가슴에 품고 있던 태극기를 꺼내주었다. 이 피 묻은 태극기를 솔로트는 2009년 다시 한국에 기증했고 전쟁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6·25전쟁 당시 17세의 나이로 학도병에 입대한 임덕식(85)씨는 “태극기는 우리에게 환희의 상징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전투 중엔 동료들이 바로 옆에서 죽어나가 적개심에 불탔다”면서 “공격할 때면 혼이 빠져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전투에 승리할 때마다 점령지에 종군기자들이 찾아왔고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던 생각이 난다”면서 ‘태극기는 환희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복 당시 태극기 게양 장면을 1954년 재현하고 있는 모습. 출처=행정자치부 블로그

임씨는 “휴전 후 태극기를 펄럭이며 살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면서 “요즘은 태극기에 대한 인식이 우리 때와 달라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 6일 현충일에 동네를 보니 태극기를 게양한 주택이 많지 않았다”면서 “주민센터에 전화도 했지만 업체에서 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며 태극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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